[사설] 재판 지연·감형 수단 된 국민참여 재판, 제도 정비 필요하다

전관예우 등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 도입한 국민참여재판이 오히려 감형과 재판 지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2022년 국민참여재판 1심 무죄 선고율은 31.5%로 10년 전보다 6배 이상 올랐다. 일반 재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성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에서 특히 무죄·집행유예 선고율이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무죄율은 2022년 53%에 달했다. 일반 시민인 배심원들은 아무래도 법 논리보다 현장 분위기나 감정의 호소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데, 경험 많은 변호사들이 이런 부분을 집중 공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참여재판이 재판 지연을 위한 ‘꼼수’로 활용되는 것도 문제다. 다른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이 형의 가중을 피하려고 집행유예 종료 이후로 선고를 늦추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참여재판의 첫 공판 기일이 잡히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2022년 기준 평균 227일이나 된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리더라도 항고 재항고를 통해 얼마든지 재판 진행을 방해할 수 있다. 지난해 기소된 창원의 ‘자주통일민중전위’, 제주의 ‘ㅎㄱㅎ’ 등 간첩단 사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도 국민참여재판을 재판 지연 전술로 적극 활용했다.

국민참여재판이 성폭력·사기·국보법 위반 사범들의 ‘면죄부 창구’가 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배심원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그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평결을 내리지 않도록 전문가의 충분한 조언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배심원의 정치, 이념적 성향이 평결을 좌우하지 않도록 관련 사건은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