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은 비대위원장 미루는데…벌써부터 무게 잡는 초선 당선자

비대위보단 당대표·원내대표
잇따른 고사에 후보도 못구해

초선은 기자회견 자청 '중진놀이'
"巨野 파이터들과 싸우겠나"
총선 이후 18일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석이다. 28일 국회 비대위원장실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이 좀처럼 조직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4선 이상 중진들이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서로 미루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반대로 처음 국회에 들어오는 당선인들은 앞다퉈 자신의 존재감 과시에 나서고 있어 “야당과의 투쟁에 제대로 임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8일에도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총선 패배 이후 18일이 흘렀고, 자신의 원내대표 임기를 닷새 남겨놓은 시점이다. 윤 원내대표는 자신의 임기 안에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새로 임명될 비대위원장은 오는 6~8월 개최될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며 당 대표 선거 규칙 등을 정하게 된다. 당 대표 선출 과정에 여론조사를 얼마나 반영할지 등 친윤(친윤석열)·비윤(비윤석열) 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조율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짧은 임기에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원내대표가 접촉한 중진들은 잇달아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중진이 비대위원장보다 국무총리와 당 대표, 원내대표 등 다른 자리에 더 뜻이 있다는 점도 이유다. 한 5선 의원은 기사에 비대위원장 후보로 자신이 거론될 때마다 기자들에게 전화해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윤 원내대표가 결국 비대위원장직 지명에 실패하고, 다음달 3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가 해당 업무까지 병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어렵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역할”이라며 “당에서 큰 목소리를 내온 중진들이 필요할 때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반면 초선 당선인들은 선수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로 입성하는 인요한 당선인은 지난 22일 국민의힘 당선인 총회에서 권성동 윤한홍 등 4선 의원과 나란히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초선이 아닌 중진 의원들 자리를 찾아 앉은 인 당선인을 두고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스스로 혁신위원장인 줄 아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텃밭에서 선출된 다른 당선인은 최근 10명 안팎의 기자를 불러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특별한 이슈 없이 자신의 의정활동 포부를 밝히는 자리를 국회 입성 전인 당선인이 마련하는 것은 여야를 통틀어 이례적이다.

고위 공직자 출신인 비례 당선인은 “내가 다른 비례 초선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인 출신인 당선인은 22대 국회에서 야당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면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대신 정무위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정치권 관계자는 “22대 국회의 거야(巨野)는 숫자도 많지만,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파이터’도 많다”며 “본인의 체면부터 생각하는 여당 초선들이 이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했다.

노경목/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