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촬영장에서 가장 잘통한 김수현…김지원과는 아쉬워" [인터뷰+]
입력
수정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 홍만대 역 배우 김갑수

1957년생, 20세이던 1977년 극단 현대극장 1기로 연기를 시작한 김갑수는 47년 동안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았음에도 여전히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김갑수가 죽으면 대박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작품에서 많이 죽었고, 그때마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런 김갑수에게도 "이번 죽음은 좀 더 의미 있었다"면서 지난 28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갑수가 극 중 연기한 홍만대는 구두닦이에서 시작해 국내 10대 그룹 중 하나인 퀸즈그룹을 일군 인물이다. 능력주의자라 자식보다 손녀 홍해인(김지원 분)과 그의 남편 백현우(김수현 분)을 신뢰하지만, 그보다 30년 동안 자신을 보필했던 모슬희(이미숙 분)을 믿었다가 비참한 말로를 겪는다. 모슬희에게 모든 것을 속았다는 배신감과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홍 회장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갑수는 "작가님이 '죽어'라고 썼지만,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나 싶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 믿을 사람 하나도 없을 때 그 사람은 어떤 감정일까 싶더라"며 "그때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거 같고, 그러다 보니 그 선택을 한 거 같다"고 자신이 해석한 홍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수없이 많은 죽음을 지나왔지만, 이번엔 좀 달랐어요. 그래서 계단에서 그런 표정을 짓고 끝낸 거예요. 다른 곳에서 죽을 땐 그 정도는 아니었지.(웃음) 누가 죽이거나, 허무하게 죽거나, 화가 나서 쓰러지거나 그랬죠. 그런데 이번엔 스스로 인생을 이렇게 살아왔나 하는 거예요. 회개는 아닌 거 같고, 회한의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극 중 홍 회장은 모슬희에 대한 순정, 기업가로서 야망, 중년이 되도록 철이 들지 않는 자식들로 골머리를 앓는 아버지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김갑수는 "홍 회장이 인물이 납작하게,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며 "어떻게 하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아이디어도 내고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런 김갑수가 홍 회장을 연기하면서 아쉬움을 느낀 지점은 홍해인과의 관계였다. 홍 회장은 "해인이가 똑똑하게 큰일을 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다른 놈(자식들과 손자)들은 아무것도 안 하지 않냐"며 "할아버지와 해인의 교감이 한 장면이라도 드러났으면 좋겠고, 그 부분을 연출자에게 말했는데 이미 대본이 다 나와 있는 상태라 그러지 못했다"면서 웃었다. 이어 "그런 부분을 대본에서 찾아내려 애썼는데, 우리가 만날 일이 있어야지"라며 "단둘이 만난 건 제가 쓰러지고 나서라 결국 아무 말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갑수가 현장에서 개그 코드가 가장 잘 맞았던 후배로 꼽은 게 김수현이었다. 김갑수는 "수현이나 저나 촬영장에서 누가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냐"며 "그래서 수현이가 틀리거나 하면 제가 '왜 틀려' 이런다"고 전했다. 이어 "심심하니 그냥 시비도 걸었다"고 고백하며 "NG를 내면 너 말이야, 역할이 버겁니?' 이런 말을 제가 하면 옆에서 다들 쓰러진다. 수현인 어쩔 줄 몰라 하고, 쓰러진 애들에게 '너희도 똑같아'라고 하면 더 쓰러진다"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수현에 대해 "정말 연기를 잘한다"며 "수현이가 맡은 역할이 쉽지 않은데, 첫 촬영 끝나고 '너 정말 잘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놈이 끌고 가겠구나 싶었다. 문화계를 끌고 가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면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 "제가 그놈에게 잘 보여야 뭐하겠나. 그놈이 날 캐스팅할 것도 아니고"라고 덧붙이며 진심임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수년 전 MBC '무릎팍도사'에 나와 에미넴의 팬이라고 전하며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의 모습을 보였던 김갑수는 몇 년 전부터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고 있다"며 "종종 오토바이를 타기도 한다"고 인간 김갑수로 살아갈 때 취미 생활을 전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도전으로 유튜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보면 '우리 아버지도 저랬으면', 아버지는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희망을 주고 싶더라고요. 인생이라는 게 모르면 모르는 거라고, 키오스크나 이런 것들을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이 든 우리가 만든 게 아니잖아요. 우리 시대엔 없던 거니, 모를 수 있다고, 창피해하지 말라고요. 대신 배우라고요. 모르는 건 물어보고, 도움을 받으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담는 콘텐츠가 될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