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편견은 계속 커져가고 있어, 구체적으로 설명해줄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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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맨여성주의 철학자 케이트 맨 코넬대 부교수는 여성혐오에 관한 화제의 책 <다운 걸>을 출간한 이후 여기저기서 강연과 TV 출연 요청 등을 받았다. 하지만 맨 교수는 대중 앞에 서는 자리는 대부분 고사했다. 뚱뚱한 자신의 몸이 공개되는 순간 조롱과 비난이 뒤따를 것이란 두려움이 들어서다. 그는 인생의 특별한 시점에 본인이 몇 킬로그램이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한다. '비만 혐오' 사회에서 체중 강박에 시달리면서다.
페미니스트 철학자가 은둔한 이유
비만혐오가 만연한 사회
보디 포지티브에서 신체 성찰로
맨 교수는 평생을 페미니스트로 살고 여성혐오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쓰며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해 왔는데도, 유독 비만 문제에서 당당하지 못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이상함을 느꼈다. 이에 펜을 들어 쓴 책이 <비정상체중>이다. 그는 책에서 배고픔과 날씬함을 선과 미덕으로 찬양하는 다이어트 문화 속에서 뚱뚱함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을 비판한다.저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성혐오와 외국인혐오, 성소수자혐오 등 각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해온 결과 일부 인식적 발전을 이룬 반면, 비만혐오 만큼은 예외라고 주장한다. 뚱뚱함에 대한 혐오는 걱정이란 이름의 가면을 쓰고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설명이다. 2019년 미국 하버드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종, 피부색, 성적 지향, 나이, 장애 등 여러 사회적 편견 중 연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유일하게 악화된 편견은 비만에 대한 편견으로 나타났다.
저자 본인을 비롯한 주변의 경험담을 통해 일상 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비만혐오 문화를 파헤친다. 맨 교수는 교수 임용 면접을 보러 갔을 때조차 뚱뚱하다는 이유로 학자로서 지적 수준을 의심받은 경험을 털어놓는다. 한 작가는 거리를 걷다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모욕을 들었다. 2017년 캐나다에서 열린 성폭행 재판에선 열일곱 살 피해자가 과체중이고 마흔아홉 살의 가해 남성은 잘생겼기 때문에 성적 접근을 즐겼을 것이란 판사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맨은 내 몸 그대로를 긍정하자는 '보디 포지티브'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체 성찰'이란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다. 있는 그대로의 몸을 지나치게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상태다. 개인의 신체를 긍정 혹은 부정이란 답을 내려야 하는 평가의 대상에서 아예 배제시키자는 개념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의 몸이 아니라, 그저 내 몸 그대로 존재하자는 설명이다. 예컨대 미인대회에서 플러스 사이즈 참가자가 상을 받는 세상이 아니라, 타인의 몸을 평가하는 미인 대회 자체가 없어진 세상이 바로 신체 성찰 사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