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올 들어 팔린 수입차 절반이 하이브리드카?

실제론 '마일드'가 판매의 84%
현실과 다른 통계…소비자 혼란

김재후 산업부 기자
“올 들어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의 절반이 하이브리드카다. 하이브리드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요즘 쏟아지고 있는 자동차 관련 보도의 내용들이다. 이런 기사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더 확산하고 있다.실제 그럴까. 보도의 원천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매달 내는 ‘수입차 판매 현황’ 자료다. 수입차협회는 지난 3월 자료를 내면서 올 1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가 2만5908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5만4583대)의 47.5%에 달한다고 적었다. 따로 분류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1718대 판매)를 합치면 올 들어 팔린 수입차의 절반 이상(50.6%)이 하이브리드카였다는 얘기가 된다.

비밀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카’에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이브리드카가 아니다. 시속 20㎞에 도달할 때까지만 주행을 보조해주고, 정차 시 전력계통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작은 용량(48V)의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 어느 정도 속도를 낼 때도 배터리로 가는 일반 하이브리드와는 다르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주행 시 엔진을 도와 힘을 내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카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불가하다.

그래서 자동차업계에선 하이브리드로 취급하지 않는다. 대다수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종이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연비도 13㎞/L 안팎으로 일반 하이브리드카(18㎞/L 안팎)보다 훨씬 낮다. 자동차업계에선 “마일드란 이름을 붙인 상술”이라고 한다.수입차협회는 “자료에 ‘마일드 하이브리드카 포함’이라고 명시했고, 국토교통부가 분류하는 기준을 따랐다”면서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에 마일드 차종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정작 자료를 내는 곳은 갖고 있지 않다던 마일드 하이브리카 판매량은 민간 연구소를 통해 구할 수 있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1분기 판매된 마일드 하이브리드카가 2만1879대라고 했다. 지난 석 달간 팔린 하이브리드카(2만5908대)의 84.4%가 마일드 차종이었다는 얘기다. 통상 우리가 아는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5324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10%도 안 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카를 파는 수입차 업체는 도요타(렉서스) 정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BMW 등 유럽 회사들이 주로 만든다. 하지만 수입차협회는 통계 방식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한다. 억지 투성이인 ‘하이브리드카 전성시대’에 소비자 혼란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