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尹 "어려운 분에 더 효과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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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소통 필요성엔 공감대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은 당초 계획됐던 1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15분 동안 진행됐다. 두 사람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마주앉다 보니 합의문을 도출하거나 구체적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보지는 못했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각종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특검 등은 평행선
李, 국정기조 전환 압박
"가치중심서 실용외교로 바꿔야"
尹, 구체적인 답변 없이 경청만
尹, 민정수석 부활 필요성 언급
차기 총리 인선 논의는 안해
135분 회동…합의문은 없어
尹 "野대표와 소통 자주할 것"
李, 회담 후 "답답하고 아쉬워"
특히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필요성 △향후 회동 필요성 △민생 중심 정책 추진 등에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과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결단해 시작한 의료개혁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국회 공론화특별위원회 등에서 관련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다음엔 두 분이서 독대하는 게 어떠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제안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회동 직후 참모진에 “야당 대표와 소통을 자주 해야겠다”며 “우리가 다음에 국회 사랑재에 가서 하는 것도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고 홍철호 정무수석이 전했다.
다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정책이 많았다. 당장 민생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그 방식에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전 국민 대상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거듭 제안한 것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필요한 13조원의 재원을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이 대표는 또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연구개발(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물가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지금은 어려운 분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이 대표의 제안을 에둘러 거절했다. 여권 관계자는 “추경 편성 및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포기하라는 주문이기 때문에 수용이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민생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윤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민생을 살릴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지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거절했다.이 대표는 또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 없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의 전환을 검토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존 한·미·일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 등과 관계를 개선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 인선 등 인사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다만 이 대표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2년 차에 민정수석을 부활한 사실을 거론했다.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정책이 어떻게 현장에서 실현되는지, 현장 민심은 어떤지 등을 수렴해서 듣는 기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부활을 검토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야당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동에 대해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이 대표에게 영수회담 소회를 물으니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