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짜리 누가 사요"…논란의 車, 미국 가더니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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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6에 이어 수출 '대박' EV9기아의 전기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새로운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옵션을 넣으면 1억원대로 값이 올라가면서 '고가 논란'으로 국내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편이지만, 해외에선 분위기가 딴판이다. 특히 대형 SUV를 선호하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판매량 대비 약 14배
미국에서 인기…마케팅 강화
30일 기아에 따르면 EV9은 올해 1분기 1만394대가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됐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은 756대에서 그쳤다. 수출량이 내수 판매량의 약 14배에 달한다. 통상 국내에서는 1~2월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 판매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월등한 차이다.EV9은 지난해 6월 출시된 현대차그룹 최초 준대형 3열 전기 SUV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탑재됐다. 99.8㎾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501㎞를 주행한다. 400·800볼트 초급속 충전 시스템도 갖췄다.
국내에서는 출시 직후 가격 논란을 겪었다. EV9의 에어 트림은 보조금 적용 전 가격이 7728만원, 어스 트림은 8233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옵션을 적용하면 일부 트림에서 1억원을 넘었다. 국산 SUV 차값이 억대에 진입하자 가격 저항이 생긴 데다 전기차 시장 둔화까지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해외 반응은 대반전이다. 올해 1~3월 EV9은 미국에서 4007대 판매됐다. 전체 수출 판매량의 약 40%에 이른다. 같은 기간 EV9보다 확실히 가격이 저렴한 EV6 판매량(4059대)과 비슷한 수준이다.미국 시장에선 대형 SUV 선호도가 높다. 아직 대형 3열 전기 SUV 모델이 생소한 데다 EV9이 동급 대비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테슬라의 준대형 SUV 모델X는 미국 판매가가 7만7900달러로, 역시 1억원이 넘는다. 반면 EV9은 미국에서 기본 트림 기준 5만4900달러로 약 76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EV9 인기는 기아 전체 전기차 판매량도 견인했다. 기아의 올 1분기(1~3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난 4만40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4만5649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기아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인다. 최근 미국 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개막을 앞두고 NBA 구단에 맞춰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달라지는 테마를 글로벌에서 북미 시장 최초로 출시했다.지난해 말에는 미국프로붓폴(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광고에 EV9 광고를 내보냈다. NFL은 미국에서만 약 1억명이 시청하는 인기 스포츠로, EV9을 광고하면서 온라인 실시간 광고 선호도에서 자동차 브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아는 현재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EV9을 미국 현지 공장 생산도 추진한다. 기아는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조지아주 공장에 2억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해 EV9을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준대형 SUV의 인기가 상당한 시장이다. 기아의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처럼 EV9 또한 미국 시장 주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