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업체들과 분쟁…기존 월세 금액 두고 양측 주장 엇갈려 월세 금액에 따라 임대차보호법 적용 기준인 환산보증금 차이
도이치모터스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조성한 중고차 매매단지 '도이치오토월드'가 단지에 입주한 중고차 매매 업체들과 임대료 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30일 도이치오토월드와 입주 업체 협의회에 따르면 도이치오토월드 측은 2020년 준공 당시 입주 업체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협의회 측이 주장하는 계약 내용은 15평짜리 점포와 차량 4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보증금 3천만원, 월세 500만원에 임대하는 것으로, 다음 달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도이치오토월드는 최근 업체들에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50만원으로, 기존 계약보다 보증금은 3배 넘게, 월세는 50%가 증가한 금액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재계약 시 최대 월세 인상률 5%를 훌쩍 넘는 것으로 협의회 측은 도이치오토월드가 처음 계약 체결 당시 꼼수를 부려 자신들을 임대차보호법 밖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한다.
협의회 측은 계약 당시 도이치오토월드가 처음 3개월은 월세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일정 기간 무료 임대)로 하는 대신 나머지 9개월에 걸쳐서 받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1년 치 월세 6천만원 중 3개월 치인 1천500만원을 받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1년 치 월세를 12개월이 아닌 9개월에 나눠 받겠다는 특이한 방식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도이치오토월드 측에서 렌트프리 방식을 제안하면서 '이렇게 해야 업체들도 대출받을 때 유리할 수 있다'고 해서 하자는 대로 했다"고 전했다.
도이치오토월드 측에 제안한 방식대로 계약이 진행됨에 따라 1년 치 월세는 6천만원으로 같지만, 업체들은 12개월간 매달 500만원이 아닌 9개월간 매달 670만원을 월세로 지급했다. 문제는 이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기준인 환산보증금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 환산액(월세x100)을 더한 금액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의 액수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도이치오토월드가 있는 수원시의 경우 환산보증금 6억9천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보증금 3천만원, 월세 500만원 계약의 경우 환산보증금은 5억3천만원이지만 도이치오토월드가 제안한 계약대로 하면 환산보증금은 7억원이 된다.
이처럼 도이치오토월드 방식으로 계약했다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업체는 협의회에 속한 94개 업체 중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권대현 변호사는 "현재까지 30여개 업체가 이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더 있을 것 같다"며 "오늘이 재계약 만료 시점이어서 일단 도이치오토월드 측에 계약의 부당함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 입주 업체 대표는 "도이치오토월드 측에서 제안한 계약 방식도 월세 총액이 늘어나는 게 아니어서 믿었는데 임대료 폭탄인상으로 돌아왔다"며 "원래 계약서는 도이치오토월드 측에서 다 회수해가서 없고 월세 670만원 계약서만 갖고 있는데 회수해 간 이유를 이제 알겠다"고 했다.
반면 도이치오토월드 측은 애초부터 보증금 3천만원, 월세 500만원이 아닌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670만원짜리 계약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도이치오토월드 관계자는 "처음부터 월세 670만원에 계약했고 6, 7, 8월 석 달은 실제로 월세를 전혀 받지 않았다"며 "월세 500만원이 본계약인데 우리가 계약서를 회수하는 등 속였다는 것은 업체들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점포를 분양받은 업체들도 많은데 그들이 현재 750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어서 우리도 그 수준으로 올려 현실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전날인 29일부터 도이치오토월드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협의회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