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소득보장안 미래부담 가중"…시민단체 "편파·월권"반발(종합)

연금특위에 재정추계보고 제출…'더내고 그대로 받는 안'에 "재정안정 도움"
시민단체 "정부가 기금소진공포 조장…공적연금 주무부처 본분 망각"
정부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을 두고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하자 시민단체들이 "편파적 행동이자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국회 연금특위에 제출한 '재정추계 보고'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높이는 방안인 소득보장안에 대해 "현재보다 재정을 더 악화시켜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인 재정안정안에 대해 "보험료율은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을 유지해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공론화위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꾸려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총 4차례의 연금개혁 토론회를 열었고, 소득보장안과 재정안정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공론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시민대표단 가운데 56.0%는 소득보장안을, 42.6%는 재정안정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복지부의 재정추계 보고에 대해 "일부 재정안정론자의 주장만 반영한 지극히 편파적인 결과를 내놓았다"며 "공적연금 주무부처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정부의 추계에는 학계에서 합의된 바도 없고 측정방법도 확립된 바 없는 '누적적자' 그래프가 들어가 있다"며 "정부는 작년 5차 재정계산위원회에서 공식입장으로 '미적립 부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누적적자는 미적립 부채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재정안정론의 근거로 사용되는 '누적적자' 개념은 2055년 기금 소진시점부터 2093년까지 매년 발생할 적자를 합계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나오는 것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를 활용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연금행동은 "국민의 뜻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의 개혁인 것이 확인된 지금 복지부가 학계에서 합의된 바도 없는 '누적적자' 운운하면서 기금소진공포를 조장하는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결과가 정부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시민들이 공론화를 통해 제시한 뜻과는 전혀 다른 연금개혁안을 들고나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오종헌 연금행동 사무국장은 "복지부가 지난해엔 '맹탕 개혁안'을 내놓아 국회 공론화에 연금개혁을 떠넘겨 놓고 지금 와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

자중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에서)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 하기 어려우니 22대에서 논의해 결정하면 어떻겠냐는 답변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 차관은 "확인해보니 말씀의 요지는 '연금개혁은 국회 연금특위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사항이고, 정부도 적극 협조하고 참여하도록 하겠다. 국민을 위해 지속 가능한 바람직한 연금개혁안이 나온다면 정부도 적극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며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취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