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라 차리면 月 1000만원 가져간다더니…" 무슨 일?

저출산·디저트 다양화에 쪼그라든 아이스크림 시장
사진=한경DB
'창업 불패' 아이템으로 꼽히던 배스킨라빈스가 사상 첫 적자를 낼 만큼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사실상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시장을 독점한 업체여서 탄탄한 매출과 수익이 보장됐는데, 배스킨라빈스마저 실적이 고꾸라진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 계열사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290억원 영업손실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7916억원) 대비 10.8% 감소한 7065억인데, 이 기간 배스킨라빈스 매출이 5859억원에서 4966억원으로 9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비알코리아 매출 가운데 배스킨라빈스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배스킨라빈스가 최초로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감소한 여파가 컸고 경기침체로 가맹점 당 평균 객단가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원재료 상승분을 가맹본부가 감내하면서 가맹점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익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배스킨라빈스는 SPC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손해 볼 일 없는 프랜차이즈'로 통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상 배스킨라빈스 전국 매장 수는 2022년 기준 1720개에 달한다. 매장형 아이스크림 시장에선 독보적인 수준이다. 한때 배스킨라빈스를 추격하던 롯데웰푸드 '나뚜루'는 매장 수가 36개밖에 안 되고 해태제과가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해 들여온 젤라또 브랜드인 '빨라쪼 델 프레도'는 30여개, 세계적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도 매장 수가 10개 안팎에 그쳐 상대가 안 된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매출 수준도 안정적이었다. 배스킨라빈스는 2022년 기준 전국 각 매장의 평균 매출로 6억3856만원을 기록했다. 단순 추산하면 매장당 월 평균 53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업계 통상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매출 대비 수익률이 17~20%가량임을 감안하면 가맹점주가 매월 900만~1000만원가량 수익을 얻는 게 가능했다.그랬던 배스킨라빈스 실적이 악화한 것은 우유, 초콜릿 등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마진이 준 데다가 저출산 여파로 주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감소한 영향 등이 겹쳤다. 디저트 시장이 다변화하면서 아이스크림 말고 다른 디저트류를 즐기는 이들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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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성장성이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 실제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점차 규모가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웰빙 열풍에 따른 다이어트 인구가 증가하면서 아이스크림 소비량도 감소세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3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2015년 2조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식품분석 뉴스 리포트를 통해 “아동 및 청소년의 수가 감소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반면 빙과업체들은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을 이유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 부담이 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 등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할 계획이다. 빙그레와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도 지난해 인기 제품 가격을 20%가량 올린 바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눈치를 보던 참인데 총선도 끝난 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