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간부 아들 '세자'라 부르며 채용특혜

감사원, 27명 檢수사 요청

10년간 진행한 경력직 채용서
규정 위반·비리 대거 적발

자녀 합격 위해 친한 면접관 꽂고
정원 초과에도 채용 인원 늘려
면접 점수 따로 수정하기도
지난 10년간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모든 경력직 채용(167건)에서 비리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직원의 자녀를 비공개로 채용하거나 면접 점수를 조작한 정황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30일 채용 비리에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직권남용, 위계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증거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수사 의뢰 명단에는 채용 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은 김세환 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이 포함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사 참고자료에 나온 인원을 포함하면 검찰에 넘긴 선관위 직원은 49명”이라고 말했다.감사원은 경력경쟁채용(경채) 제도가 친인척 사적 채용의 통로로 쓰였다고 판단했다. 2013년 이후 선관위가 시행한 167건의 경채를 감사원이 전수조사한 결과 모든 채용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고 위반 건수는 800여 건에 달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해 자녀 채용을 청탁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다양한 위법·편법을 동원해 합격 처리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선관위는 2020년 1월 채용 인원이 초과했음에도 인천 선관위에 정원을 한 명 더 늘리라고 한 뒤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 A씨를 채용했다. 채용을 담당한 인천 선관위는 규정과 달리 3명의 면접위원을 모두 김 전 사무총장과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구성했다. 이 중 2명은 A씨에게 만점을 줬고 A씨는 합격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A씨를 ‘세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송 전 사무차장은 2018년 1월 충남 보령시에서 일하는 딸 C씨로부터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북선관위 인사 담당자와 단양군선관위 과장에게 연락해 딸을 채용하라고 요구했다. 충북선관위와 단양군선관위는 앞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받은 후보자를 원천 배제한 뒤 C씨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채용을 실시했다.전남선관위는 2022년 2월 경채 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의 평정표 작성조차 없이 박 전 사무총장의 자녀 C씨를 합격시켰다. 면접 내부위원 2명은 외부위원들에게 “순위만 정해주고 점수는 비워두라”고 했다. 서울선관위는 2021년 10월 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상임위원의 자녀 D씨가 응시한 경채 면접에서 내부 위원들이 면접 점수를 사후 수정했다.

감사원은 채용 비리 관련자들이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선관위 사무국장이 ‘셀프 결재’를 통해 100여 일을 무단결근하고 허위 병가를 약 80일 써 170일 이상 해외 여행하는 등 복무 기강 해이 사례도 적발했다.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에도 상식에 맞지 않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입장을 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엄중히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