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지독한 사랑>에 우디네의 영화팬들도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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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네극동영화제 이명세 회고전,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열리는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는 영화제 참가국 9개 중 가장 많은 편수인 총 18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되었다. 이제껏 열린 영화제 중 최대 (한국영화) 편수이기도 하다. 특히 작년의 장선우 감독에 이어 올해는 이명세 감독의 회고전이 열려 현지 관객과 평론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대학교수이자 유부남인 영민(김갑수)과 그와 사랑에 빠진 싱글 여성, 영희 (강수연)를 중심으로 한다. 대학교수이자 시인인 영민의 시평을 썼던 인연으로 만난 영희와 영민은 눈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금지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영민은 아내의 눈을 피해, 작품 활동을 핑계로, 영희와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온다.
<지독한 사랑>은 19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코리안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이명세 감독의 다섯번 째 작품이다. 영화는 90년대 한국영화의 빈번한 소재가 된 이른바 ‘불륜’ 커플을 중심 캐릭터로 두고 있다.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이 유부남, 유부녀, 즉 제도권 밖의 사랑을 통해 사회적 비주류인 노동 계급의 사랑과 일상을 재현했다면, 이명세 감독의 <지독한 사랑>은 사랑의 본질, 그 저항불가한 에너지와 욕망 자체에 초점을 둔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하드코어 액션 시퀜스는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사랑의 역학을 추적하는 이 영화의 전제를 예고하는 서막이기도 하다.
영화는 30여년 전 개봉 당시 해외 영화제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올해 우디네에서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상영 후 이어진 이명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까지 관객들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
<지독한 사랑>과 이명세 감독 작품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토크와 Q&A로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에서 관객들은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인상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니만큼, 역시 시각적인 요소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영화적 비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감독으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인 자끄 타티를 언급했다.
우디네=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