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노조, 그들만의 노동절…'빨간날 쉴 권리'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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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대규모 집회법정 유급휴일인 근로자의 날을 맞아 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 참석자의 대부분은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이었다.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 등은 평소처럼 일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노동 현안보다 정치 투쟁에 함몰된 기득권 노조원들만 쉬는 ‘반쪽’ 법정 휴일은 수년째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플랫폼·영세기업은 출근하는 날
강성노조 조합원들 '휴일 집회'
5인 미만 사업장은 절반 출근
플랫폼 종사자엔 '그림의 떡'
민노총 등 3만여 명 거리 점거
'처우 개선'보단 정치 구호 난무
○“윤석열 퇴진” 정치 구호 난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조합원 3만여 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2만여 명은 광화문사거리 일대를, 한국노총 조합원 7000여 명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점령했다.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거부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확장 적용을 반대하더니 최근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저임금 노동자에겐 더 낮은 임금을, 이주노동자에겐 더 큰 차별을 하겠다고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한국노총도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차별 적용을 시도한다면 모든 파국의 책임은 정부에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슬로건을 ‘이제는 퇴진이다’로 내걸고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쟁으로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겠다”며 “노조 혐오와 노동 탄압으로 착취를 부채질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는 ‘윤석열 퇴진 OUT’이라고 쓰인 배지를 판매하는 단체도 있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양극화 심화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자는 취지로 1963년 법정 유급휴일로 제정된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근로자만 대상으로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대부분의 ‘월급쟁이’가 이에 해당한다. 월급제 근로자는 이날 일하지 않더라도 하루치 임금이 보장되며, 출근했다면 월급 외에 휴일가산수당까지 포함해 통상 임금의 1.5배를 받을 수 있다.이날 집회를 연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대체로 교섭력이 강한 노조의 우산 아래 있어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자의 날을 휴일로 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노조 자체가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날도 일하는 곳이 많았다. 이들은 일을 해도 휴일가산수당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휴일가산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모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빨간 날 쉴 권리’에도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기준 전국 노조 조합원 수는 272만2000명, 노조 조직률은 13.1%였다. 전체 근로자가 100명이라면 13명만 노조원이라는 얘기다.HR테크기업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올해 근로자의 날에 41.3%가 출근한다고 답했다. 공공기관(29.5%)을 비롯해 중소·중견기업(22.2%) 대기업(14.9%)보다 출근 비중이 크게 높았다.
한발 더 들어가보면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나 근로계약이 아니라 용역, 도급, 위탁 등 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에게 근로자의 날은 ‘그림의 떡’이다. 노동 정책을 연구하는 일하는시민연구소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등 국내 프리랜서 규모는 406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문성 배달플랫폼노조 조직실장은 “쉰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배달라이더들은 어떤 날이던 편히 쉬기 어렵다”며 “노조간의 입장이 다른 건 이해하지만 쉬고 싶어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의 열악한 현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이날 김 실장과 배달플랫폼 근로자들은 B마트 중랑면목점 앞에서 B마트 배달료 삭감 약관변경 강제동의에 반대하는 ‘약식 시위’를 20분간 벌인 뒤 각자 오토바이에 올라타 생업으로 복귀했다.
정희원/백승현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