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AI 반도체, 2라운드 승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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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BM 주도권' 잡기 노력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사진)이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분발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익보다 중요한 건 성장"
AI 반도체 턴키 공급 강점 부각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 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께 노력해준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낸 DS부문은 올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다섯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경 사장은 “2022년 매출을 능가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2022년 DS부문의 매출은 98조4600억원이다.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현황에 대해선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 사장은 “이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장”이라며 “2017년 이후 D램과 낸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1위인 TSMC(61.2%)와의 점유율 격차는 49.9%포인트에 달했다. 작년 3분기(45.5%포인트) 대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엔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고, HBM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겼다. 경 사장은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며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올해 반드시 턴어라운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맞춤형 AI 반도체의 턴키 공급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은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갖추고 있어 HBM 설계부터 생산, 최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공급이 가능하다. 경 사장은 “AI를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가 이제 곧 현실이 된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