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연속근무시간 36시간→24~30시간으로 축소

"정부 믿고 현장 돌아와달라"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5월부터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 사업에 나선다.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가 1500명 수준으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집단 행동을 통한 실익이 사라진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부는 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36시간인 전공의들의 연속근무 시간을 24~30시간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로 시간과 그로 인한 '혹사'는 의료계가 갖고 있는 고질병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전공의들의 총 수련 시간은 주 80시간,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의 범위 내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개정 법률이 2026년 2월 시행되기 전에 전공의의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마련된 조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전공의법 제정를 계기로 직전 해인 2016년 91.8시간에 달했던 전공의들의 주 평균 근무시간이 2022년 77.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속근무 시간은 36시간 수준으로 영국(13시간), 미국(24시간), 일본(28시간)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정부는 2일부터 17일까지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한 뒤 곧바로 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총 218개의 수련병원이 신청 대상이다. 참여 병원은 현행 36시간인 연속근무 시간을 24∼30시간으로 자율적으로 단축하고, 근무 형태, 스케줄 조정과 추가인력 투입 등을 자율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범기관에 대해 행정부담 완화, 전공의 추가 배정 등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추가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이어 정부는 중대본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추진 중인 전공의 처우 개선책들을 소개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국가책임제를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으로 결정하고 재정 투자 방안을 준비 중이다. 3월부터 외과, 흉부외과에 이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도 매월 100만원의 수련 보조수당도 지급 중이다. 향후 이를 분만, 응급 등 다른 분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주 발족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와 연계해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 단축을 조속히 제도화해 나가겠다"며 "전공의 여러분들은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지 말고 수련 현장으로 돌아와달라"고 당부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