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총선 이후 산업정책과 중소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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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中企 지원 효과 없어지난 총선은 일종의 충격이었고, 기존 정책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총선 결과는 내실과 성과가 없는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과 분노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요란하기만 했지 실질적 삶의 질은 더 팍팍해진 현실에 낙담한 감정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선거 결과는 지금까지 산업정책, 특히 중소기업정책의 방향과 성과에 대해 한 번 더 냉철하게 반성하고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술력 갖춘 곳에 집중해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그간 요란한 중소기업정책의 화두는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명목으로 수많은 해외시장 진출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해외 마케팅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거의 모든 부처와 다양한 공공기관이 셀 수 없을 정도의 정책을 쏟아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이 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구체적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0여 년간 중소기업 정책의 성적표가 그랬다. 요란했던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정책들이 이렇게 초라한 결과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이는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해외 전시회 참가 등 다양한 해외 마케팅 지원을 포함한 현금성 지원을 마치 복지정책처럼 기계적으로 반복해온 결과다. 중소기업정책이 복지정책인지 산업정책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도 오래다. 중소기업정책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정책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면 무차별성을 극복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길 수 있는 글로벌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무조건 기계적으로 해외 전시회 참가 등 마케팅을 지원해온 지금까지의 지원 정책들은 중소기업 사장들의 해외관광 지원이었을 뿐이다. 글로벌화 지원 정책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적 잠재력을 지닌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그 중소기업의 산업 기술적 특성과 해외시장 특성에 적합한 최적의 글로벌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자본 지원, 그리고 마케팅 지원을 통해 실질적 글로벌화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잠재적 기술력을 명확하게 확보한 중소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원 형태도 단순한 해외 마케팅 지원이 아니라 해외 투자 진출에 필요한 자본 지원,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투자 지원까지 포함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키우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원받는 중소기업도 글로벌화 프로젝트에 목숨을 걸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매칭 투자 제도가 준비돼야 한다. 정책 담당자도 정책 성과에 인센티브가 연계되도록 설계해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도록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시행해 글로벌화에 실질적으로 성공한 중소기업이 소수라도 나온다면 강력한 정책 시그널을 보내는 플래그십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다. 중소기업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골고루 지원받았느냐가 아니라, 그 정책이 어떤 시그널을 보내 다수의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글로벌화 전략을 수립하도록 자극받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