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주주 권익 보호 방안 미리 밝혀라…연 1회 자체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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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미래지향성·종합성·선택과 집중·이사회 등이 특징‘기업 밸류업 공시’로도 불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모자회사의 중복 상장 이슈처럼 상장사 스스로 말을 꺼내기 어려워했던 이슈들에 대해 미리 주주들과 소통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공시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평가해 주주들에게 알리라고 한 점도 눈길을 끈다.
목표 달성 미달해도 ‘불성실 공시 제재’ 부담 적어…"이미 면책 제도 있어"
5월 중 가이드라인 확정…준비되는 기업부터 공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일 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어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과 해설서의 제정안을 공개했다.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수립하는 발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진다.
우선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작성해 공시할지 여부부터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작성 내용 역시 기업의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 기업가치가 제고됐는지 여부를 판단할 핵심지표 선정부터 목표설정 방법까지 기업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정량적인 재무지표 대신 정성적인 비재무지표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을 평가할 수도 있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모든 항목을 채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장사는 기업의 특성과 주주, 시장참여자의 관심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한 내용을 선택하고, 이에 집중해 계획을 수립하면 된다.특히 비재무지표 중 주주들의 이해에 반할 소지가 있는 부분도 밝히도록 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자회사의 중복 상장 이슈가 있을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일을 보호·증진할 방안을 기재하라는 것이다.
미래지향성은 기존 공시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존 공시는 이미 발생·결정한 내용을 알리는 역할을 하지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중장기적 목표 및 계획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불성실 공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미 예측 정보 관련으로 거래소 공시 규정 등에 면책제도가 구비돼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급격한 경여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미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안의 목표를 변경해야 할 때에는 정정공시를 통해 목표를 수정·보완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종합성은 투자자 입장에서 반길 만한 특징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만 보면 각종 공시에 산재된 기업 정보를 종합적·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공시 체계에서는 특정 기업의 투자 계획, 유·무상 증자 등의 이벤트가 각각 공시돼 있었기 때문에 투자 판단을 위해 과거의 사건을 확인하려면 여러 개의 공시를 각각 열어봐야 했다.
기업가치에 관련된 정보를 한 데 모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이사회가 적극적해 수립된 계획을 보고받고 심의해 의결할 것을 가이드라인은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의무사항으로 못박지는 않았다.
주주 및 시장 참여자들과의 소통의 현황과 향후 계획을 작성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횟수 중심의 정량적 서술이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것인지 등 정성적인 측면의 계획 수립·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매년 주기적으로 공시하라고 권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행에 있어 잘된 점과 보완할 점을 기업 스스로 평가해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라는 것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날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기업 밸류업 통합 홈페이지, 투자지표 비교 공표, 이사회 및 공시 담당자 대상 안내·교육 프로그램,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영문번역 지원 등도 함께 개시된다.
거래소는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가이드라인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이후 준비를 마친 기업부터 바로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역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릴레이 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