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금리 높지만 기업 실적은 좋아…"방향성 탐색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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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록 아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인공지능 빅테크의 흔들림

주식시장은 4월 초의 굵고 짧은 조정, 중순 이후의 반등을 거친 뒤 현재는 방향성을 탐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KOSPI가 고점 대비 장중 저점까지 약 10% 하락했는데, 매크로의 역풍이 한계점을 넘어서자 일시에 여파가 반영됐다. 건강한 가격 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인공지능 빅테크의 흔들림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아직 경계감이 높다.

25년 미국 기준금리 수준

금리상승의 여파가 증시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지만 아직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장기 매크로 환경 변화에 대한 의구심은 커졌다고 본다. CME FedWatch에 드러난 25년 상반기 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은 4.50~4.75%로 현재 대비 고작 3차례 인하한 수준이다. 작년 연말에는 24년에만 5~6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1분기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높았다.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예상보다 낮았지만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곧 정상화될 것이다. 통계보다 높은 경향이 있지만 GDPNow의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3.9%에서 시작하고 있다.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을 위해서 새로이 형성된 기준점을 짚어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24년 한두 차례, 25년 상반기까지 추가 한 차례 인하다. 6월 미국 FOMC에서 발표될 경제전망표에서는 24년 4.6%였던 기준금리 예상치 상향 조정은 당연할 것이고, 25년과 26년 전망치가 얼마나 높아질지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중립금리의 상향 조정은 한켠에서는 구조조정의 지속을, 다른 한켠에서는 블랙스완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며 위험자산의 가격 상승에 제약이 될 것이다. 우호적인 변수로는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국내 소재/소비재 산업의 낙수 효과, 중동 불안 정리에 따른 유가 안정화를 꼽을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이익 경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기업실적 개선과 낮은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업데이트된 기업실적 전망치도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 12개월 예상 영업이익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다. 주요 업종 대표주들의 실적 전망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분야는 견조한 이익 수준을 유지하는 자동차와 금융, 실적 성장이 두드러진 반도체,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는 2차전지와 철강 및 조선이다.KOSPI의 방향과 포트폴리오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분기 잠정실적을 통해 SK하이닉스 24년 영업이익 전망은 15조원에서 19조원, 25년은 21조원에서 25조원, 26년은 24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예상보다 이익 개선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재고 정상화와 가동률 상승, 신규 투자 발표 등으로 장기적인 가시성은 낮아진 셈이다. 실적 경로에 대한 시나리오는 3가지인데, 26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 24년 고점, 25년 고점이다.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또 시나리오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주의 깊게 보자.
주식시장을 지지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이달 초에 진행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인터뷰에서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 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언급했다. 다만 이들 내용은 아무래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현재 배당 대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박근혜 정부가 시도한 후 일몰되었다는 점, 여소야대 국회를 넘어서야 하는 점 때문이다.

당분간 KOSPI의 상·하단을 열어 놓고 대응하되, 위험을 관리하면서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게 설정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기존의 주도주 가운데 낙폭과대 종목이나 실적 정상화 구간에서 저평가 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 안정성이 뒷받침된 업종 대표주 등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