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에 방점 밸류업 가이드라인…자동차·금융주 주가 '뚝'

증권가 "밸류업,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
"추후 세제지원 방안 나오면 수혜株 가려질 수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장기업이 스스로 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수립·공시·이행하는 데 도움을 줄 가이드라인이 2일 공개된 가운데 이날 주식시장에서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의 주가가 반응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밸류업 기대감으로 다수의 업종이 오른 만큼 이번 2차 가이드라인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반응하는 것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2000원(0.80%) 내린 24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아는 1600원(1.36%) 오른 11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동차주는 그동안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배당확대 여력 등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밸류업 수혜 기대감에 지난 2월에만 주가가 각각 31.2%와 22% 뛰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1조7000억원과 4800억원어치 담았다.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날 외국인은 현대차를 사고 기아를 파는 등 별다른 매매 특징을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와 함께 밸류업 테마주로 묶였던 금융주도 이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KB금융(-4.37%), 한국금융지주(-3.71%), 하나금융지주(-2.90%), 우리금융지주(-1.76%) 등이 떨어졌다. DB손해보험(-4.11%), 삼성생명(-3.09%), 삼성화재(-2.90%), 기업은행(-2.51%) 등 보험·은행주도 내림세였다. 외국인은 이날 KB금융,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도 순매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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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이 '자율성'에 방점이 찍힌 만큼 개별 종목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등 기업의 당근책이 나와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일부 은행주의 경우 이미 배당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이번 밸류업 가이드라인으로 주가가 뛰기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 사례를 보면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은 공시 여건 등이 양호하지만, 중소기업이나 한계기업의 경우 공시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특정 섹터에 국한된 이슈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만약 공시를 강제했을 경우 대외 환경이 변화무쌍하기에 기업 입장에선 소통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자율성을 강조한 만큼 향후 기업들의 적극 실행 여부도 지켜봐야 할 과제다. 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달성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영업비밀 공개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공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진정성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대로 기업 가치가 제고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계획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이 반응하는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믿음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