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잔다르크' 후손, 6000억 대박…"일본 잡겠다"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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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그룹 김선현 회장 인터뷰외국계은행 노조원장을 지낸 여성이 불혹에 자동차 부품업체 경영인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부도 난 중소기업을 아버지와 함께 맡게 되면서다. 지휘봉을 잡았지만 막막했다. 자동차는 커녕 제조업 자체가 낯설었다.
5년 새 매출 2배 영업이익 10배
"로봇용 감속기 시장 뛰어들 것"
위기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남이 안하거나 못하는 영역을 개척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4단기어가 주축이었을 때 5단기어 양산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삼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연매출 6000억원대 글로벌 모빌리티 부품 제조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자동차 부품업계 대표 여장부 김선현 오토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14일 서울 광화문 오토그룹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부품 가공업으로 매출 6000억원을 거두기는 정말 쉽지 않다”며 “오직 품질로 승부해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품 정밀 가공 분야 톱 클래스
오토그룹은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네오오토를 포함해 오토인더스트리, 네오스틸 등 3개 회사로 구성됐다. 오토인더스트리는 자동차 핵심부품인 변속기, 감속기, 모터 등에 들어가는 기어류 등 초정밀 부품을 생산한다. 네오오토는 주로 전기차에 장착되는 모터용 샤프트 기어, 전기차 감속기 부품 등을 제조한다.오토그룹은 자동차 부품 정밀 가공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회사다. 김 회장은 “기어는 자동차 소음과 직결돼 굉장히 핵심 부품”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자회사를 두고 생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라인의 자동화를 통해 완벽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내연기관부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부품을 아우르는 유연생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다임러에서도 우리 치절가공(톱니바퀴 형태로 기어를 깎아내는 공정)을 보고선 ‘너희가 최고 같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현대차그룹에서 샤프트, 드라이브 등 4대 기어를 네오오토에 처음 맡겼다. 현재는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에도 공급하고 있다.
사내주주형 협력사 제도 안착
김 회장의 경영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9년 전 국내 기업 최초로 ‘사내주주형 협력사’제도를 도입했다. 생산직 직원이 15~30명씩 독립해 사내협력사를 세우고, 그 협력사가 오토그룹으로부터 물량을 수주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네오오토 7개사, 오토인더스트리 5개사로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임직원 모두 주인이 되고, 자율성이 커지면서 스스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며 “제도 폐지를 물어봤을 때 싫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것을 보면 분명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김 회장의 다음 관심 분야는 로봇이다. 오토그룹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감속기를 로봇용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정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기존 로봇용 감속기 시장을 독점중인 일본 하모닉 감속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 로봇용 감독기를 관계기관과 공동개발하고 있다”며 “기어 가공 외 신사업 분야 비중을 30%까지 늘려서 2030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독립운동가 집안… "장학 사업 이어갈 것"
김 회장은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이다. 증조부는 상하이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김가진 선생이고, 할머니 정정화 선생은 ‘조선의 잔다르크’라고 불렸던 여성 독립운동가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 회장은 임시정부 기념사업이나 각종 나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독립운동 정신을 알리는 일이나 그 후손들의 장학 사업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