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람의 결에서 경영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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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마이다스그룹 회장경영을 모르던 기술자가 어쩌다 근 30년을 경영자로 살아왔다. 어느 한순간도 쉽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흔들리고 비틀거린다. 경영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람에게서 힘을 얻지만, 사람으로 인해 아프고 힘든 일도 많다. 사람을 사랑하는 한 경영자는 영원한 ‘을’일 수밖에 없다.
경영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모두 연결돼 있다. 관계로 상호작용하며 늘 변화한다. 자연도 인간도 사회도 모두 그렇다. 그러므로 경영도 관계와 상호작용으로 봐야 한다. 경영은 조직과 시장의 상호작용이다. 조직도 시장도 본질은 사람이다. 조직에서 효용을 생산하는 주체도, 시장에서 효용을 구매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따라서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다.경영의 본질은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기업의 역할은 사람을 통해서 사회를 먹이고 살리는 일이다. 기업은 유한하지만 사회는 무한하다. 따라서 기업은 사람을 키우고 가꾸는 뜰이고 밭이어야 한다. 잘 클 수 있는 사람을 뽑아 적재적소로 사람 밭을 가꾸는 일이 경영의 전부다.
사람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개나리를 진달래로 바꿀 순 없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더 아름답게 꽃피우도록 하는 일이다. 경영자의 최선도 자연이 빚은 사람의 결이 최대한 잘 드러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본질’에서 경영의 ‘실용’을 찾는 ‘사람경영’의 지혜가 필요하다.
경영은 과학이다. 과학은 인과(因果)를 연결하는 정직한 학문이다. 인과는 본질과 실용을, 이치와 가치를 연결한다. 인간은 과학의 눈으로 이치(理致)를 발견하고, 기술을 통해 가치(價値)를 추출해 인류의 문화와 문명을 창달해 왔다. 경영 역시 현재의 자원을 미래의 가치로 만드는 인과적 연결 행위다. 사람의 결을 ‘이치’로 이해하고, 실용적 ‘가치’로 연결하는 인과의 다리가 사람경영이다.사람경영은 사람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학경영’이다. 사람의 성장과 행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본경영’이다. 기업 발전과 사회 번영을 지향하는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실용경영’의 다른 말이다.
경영의 목적은 사람의 행복과 사회의 번영이다. 경영자에게 능력과 함께 주어진 책임은 사람과 사회를 돕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경영자는 합리(合理)로 ‘사람의 결’을 알고, 합리(合利)를 위한 ‘경영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건 합리에 기반한 실용을 추구하는 진짜 지혜다. 가짜와 거짓을 거르는 진실의 채는 과학이다. 이것이 경영이 과학에 길을 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