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초봉 12억 vs 한국 2억…머스크 "가장 미친 인재 전쟁"

빅테크, AI 인재 '공격 영입'
한국은 불구경만

美, AI 인력 연봉 '천정부지'
테슬라·구글 등 초봉 10억원대
핵심인력엔 수백억원 스톡옵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픈AI 86만5000달러(약 12억원), 테슬라 78만달러(약 10억7000만원)…. 글로벌 인공지능(AI) 회사들이 최근 박사급 신규 연구원에게 제안한 연봉 액수다. 핵심 AI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AI 인재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봉이 1억~2억원인 국내 기업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돈보따리 푸는 美 기업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들은 막대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 AI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핵심 인력에 1000만달러(약 138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제안하고 있다. 메타 역시 최고급 AI 연구원에게 연봉 200만달러(약 27억원)를 준다. 수백억원을 들여 경쟁사의 팀 전체를 영입하는 일도 빈번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가 공격적으로 테슬라 직원들에게 이직을 제안하고 있다”며 “내가 본 것 중 가장 미친 인재 전쟁”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급여 협상 서비스 기업 로라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박사급 AI 연구원 연봉은 앤스로픽 85만5000달러, 아마존 71만9000달러, 구글브레인 69만5000달러 등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CEO까지 직접 움직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인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영입을 시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은 나흘간의 AI 비즈니스 코스를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에 개설했는데 모집 정원 50명이 순식간에 찼다. AI 전문가 간판을 따면 높은 연봉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쟁서 소외

이런 글로벌 AI 인력 쟁탈전에 국내 기업은 소외돼 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은 삼성이나 네이버가 아니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로 간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시장조사업체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머신러닝·AI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연봉은 6000만~2억4000만원으로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욕심이 있는 인재들은 링크트인에 본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뿌리고 해외 이직을 노린다”며 “빅테크 채용 담당자가 한국에 왔을 때 행사에 참석해 네트워킹 기회를 잡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였다. AI 인재를 해외에서 데려오기는커녕 한국에서 키운 인재를 해외로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AI 기술 선진국은 해외에서 유입하는 AI 인재가 더 많은 유입국이었다.

○“글로벌 기술 격차 더 커질 것”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요 AI 연구를 비공개하는 추세라 인력 수준에 따른 기술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픈AI는 지난해 11개의 연구를 공개했는데, 2017년(42개)의 4분의 1 수준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38개와 22개의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공개하는 연구도 과거엔 머신러닝 기법 같은 모델 성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됐다면 최근엔 AI 안전성 등의 주제에 국한되고 있다. 지난해 오픈AI가 발표한 11개 논문 중 8개가 안전성에 관련한 논문이었다. 그만큼 핵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업계에선 핵심 AI 인재의 잔류·유입을 위해 국가적인 인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연구자를 대상으로 ‘귀국을 고려할 만한 조건’을 설문조사한 결과 1위는 우수한 동료 연구진, 2위는 데이터·컴퓨팅 시스템 같은 AI 연구 인프라, 3위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연구 문화가 꼽혔다.

고은이/황동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