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조지아의 낮은 물가·고성장 부러워" [ADB 조지아 총회]
입력
수정
실시간 해외송금 규제에"조지아의 낮은 물가상승률과 높은 경제성장률이 부럽습니다."
20년 째 제자리 걸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핀테크 관련 세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조지아의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은 1.5%(전년 대비)였다. 1~3월 0%대에서는 높아졌지만 2%대 미만으로 한국보다는 낮다. 경제성장률은 ADB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해 5.0%로 전망되고 있다.이 총재는 핀테크 관련 세미나에서 패널 토론한 후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은 발언을 내놨다. 한국의 성장률이 2%대 초반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물가는 여전히 3% 안팎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조지아의 고성장-저물가 흐름에 부러움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 총재는 한국의 핀테크 경험과 최근 추진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관련된 연구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실시간 해외 송금 등 디지털 금융이 규제 때문에 20년 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서비스는 많이 디지털화되고 발전했지만, 국경을 넘는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 없다”며 “국경 간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많은 기술 개발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술이라기보단 규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CBDC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이 총재는 "토큰화 예금은 규제를 받는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며 "프로그램화 가능성 측면에서는 도매 CBDC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범용 CBDC보다는 기관용 CBDC에 주목하는 이유를 밝힌 것이다.
한국이 국제결제은행(BIS)의 CBDC 프로젝트인 아고라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개발도상국 중에선 멕시코와 한국만이 참여하고 있다"며 "국제화되지 못한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관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에 대해서는 "핀테크 회사들이 고객을 위해 많은 맞춤형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사이에 상호작용이 커지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빌리시(조지아)=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