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구하려 '학폭'에 사채 썼다…도박 소년범 '충격 실태'

도박 혐의로 입건된 소년범 171명
평균 연령 16.1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박 범죄를 일으키는 10대들의 평균 연령이 점차 내려가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학교폭력을 하는 등 파생 범죄까지 확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 혐의로 형사 입건된 15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범은 171명으로 2022년 74명 대비 2.3배로 늘었다. 성별은 92.4%가 남자 청소년이었다.고등학생(64명)이 중학생(32명)보다 많았지만 평균 연령은 16.1세로 집계됐다. 2019년 17.3세, 2020년 17.1세, 2021년 16.6세, 2022년 16.5세에서 더 낮아진 것.

도박 종류는 게임당 10초 이내 단판에 끝나는 특성을 가진 바카라·스포츠토토 등 사이버 도박이 84.8%로 가장 많았다. 도박 장소는 피시방이 56.7%로 가장 많았지만, 경찰은 도박 종류는 게임당 10초 이내 단판에 끝나는 특성을 가진 바카라·스포츠토토 등 사이버 도박이 84.8%로 가장 많았다.

경찰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청소년 도박 범죄가 앞으로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청소년은 단순 휴대전화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불법 도박 사이트 유입 경로로는 웹사이트나 문자메시지 광고가 꼽히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은행 계좌 개설과 현금 융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범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불법 도박을 부추기고 있다. 불법 바카라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한편, 녹화된 도박 중계 영상을 송출하며 24시간 방송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이 불법 콘텐츠를 찾아내 플랫폼에 시정 요구를 내리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유튜브 측이 해당 채널을 삭제 조치해도 다른 계정이 만들어져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단순 도박 범행에 그치지 않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청소년 간 갈취 등 학교폭력 문제로 번지거나 인터넷 사기, 대리 입금 등 2차 파생 범죄로 확산하는 경향이 심화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고금리 사채를 쓰거나, 절도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실시해 범죄수익 619억을 환수했다고 발표했다.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게시자 486명 등 총 2925명이 검거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신종유형 발생경보로 '제7호 대리 입금 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청은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내달 말까지 특별예방 교육 집중 기간을 운영하고 학부모를 상대로 범죄 심각성을 알리면서 예방에 관심을 촉구하는 교육자료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청소년 도박 범죄 근절을 주제로 한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교육 당국과 협조해 알림이(e) 앱을 통해 학교 8000여개, 학부모·학생 600만명에게 공개한다.

경찰은 △자녀의 휴대폰에서 불법도박이 의심되는 게임이 발견되는 경우 △용돈 한도액을 초과해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을 하는 경우 △사주지 않은 고가의 물품을 소지하는 경우 △스포츠 경기 결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집안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나 물건이 없어지거나 본인의 물건을 잃어버렸다거나 팔았다는 경우 등엔 자녀가 도박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적극적인 도움 요청이 필요하다.경찰은 사이버도박 단속 과정에서 재범 또는 상습범인 경우, 도박사이트 운영, 도박행위자 모집 등 사안이 중한 경우 형사입건을 해 강력 처벌하지만, 도박금액 500만원 미만의 경미한 초범인 경우에는 자체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 또는 즉결심판 청구의 절차를 거쳐 전문 상담 기간과 연계해 치유와 재발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소년범을 조사할 때는 범죄심리사가 참여해 범죄환경, 비행 요인,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전문가참여제'를 시행한다.

도박 범죄가 일반적으로 중단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커 '90일 병'이라고 불린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학교전담경찰관들은 도박 소년범을 '위기 청소년'으로 지정, 검거 후 3개월간 매주 면담하고 재평가를 거쳐 필요시 면담을 연장하는 제도도 시행한다.

더불어 이달부터 10월 31일까지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 단속을 병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