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 물품 쟁여놓고 쓰는 김대리…"이래도 되는 건가요?" [김대영의 노무스쿨]

회사 비품 개인 자리로 가져가
종이컵·물티슈 등 적잖게 챙겨
외부 반출할 땐 '징계' 가능하나
'비품 남용'이면 '시말서'가 최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비품은 개인의 것이 아닌데 휴지와 종이컵 등등을 왜 자기 자리에 갖다두고 쓰는 걸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회사 비품 왜 자기 자리(에) 쟁여두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사연은 이렇다. 작성자와 같은 직장을 다니는 한 동료 직원이 회사 비품을 개인 자리로 가져다 놓고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성자는 "비품 두는 테이블에 (물건이) 없어서 못 써서 보면 (해당 직원이) 자기 자리에 갖다 놓고 쓰고 있다"며 "필요할 때 하나씩 쓰면 되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식 나눠주러 갔더니 손 씻고 닦는 두꺼운 페이퍼 3뭉치, 종이컵 긴 것 1줄, 큰 물티슈 1개를 다 자기 자리에 두고 쓰고 있었다"며 "'비품=내 것' 이렇게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누리꾼들 반응은 엇갈렸다. 물티슈나 휴지 정도야 업무 도중 가지러 가는 것보단 개인 자리에 놓고 쓸 수도 있지 않겠냐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다만, 종이컵 한 줄을 가져다 놓는 데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았다.한 누리꾼은 "한 명씩 다 갖다 놓고 쓰면 얼마나 사놔야 하나"라며 "공용 공간에 놓고 쓰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거리가) 멀면 갖다 놓고 쓸 수는 있는데 쓰니(글쓴이)가 쓰려고 보니 없다고 했으니 남한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이 직원이 회사 비품을 외부로 반출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징계 처분을 내리면 된다. 회사 공용물건을 사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금액은 징계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이 아니다. 다만, 징계 수위엔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기아에서 2만~5만원 상당의 목장갑을 공장 밖으로 빼낸 직원이 출근정지 30일의 징계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직원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봤지만 법원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당시 1심 법원은 "기아는 업무상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A 씨가 매달 20켤레의 목장갑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라며 "업무상 필요가 없는데도 목장갑을 월 10켤레씩 더 받는 것이나 이를 회사 밖으로 반출하는 것이 허용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이 판결은 직원 측이 상고를 철회하면서 지난해 10월 확정됐다.

하지만 앞서 사연 속 직원은 이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 자신의 자리에만 비품을 가져다 놓고 쓸 뿐 회사 밖으로 반출하는지에 관해서는 적혀 있지 않다.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서 결국 사내 갈등으로 번질 경우 회사 차원에서도 뾰족한 수를 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징계를 한다면 경고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회사 비품을 개인 자리에 가져다 놓는 행위 자체는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징계 사유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징계 수위가 문제다. 이 변호사는 "징계 사유로 삼을 순 있지만 징계 자체가 (실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고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징계를 하려면 무엇보다 사내 규정이 필요하다. 인사노무 실무에서 회사 비품을 남용하는 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사내 규정에 비품 남용을 규제하는 조항이 있어야 징계가 가능한 것이다.

직장 상사가 비품 남용을 수차례 경고했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상사의 지시에 불응해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로 보고 징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도 징계 수위를 경고 이상으로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금보미 이노컨설팅HR 노무사는 "회사 비품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남용하는 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상사가 수차례 경고했는데도 남용 행위를 반복했다면 징계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도 경고 이상은 힘들 것으로 보이고 시말서 작성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