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비싸다 했더니…美석유기업 사우디와 내통 의혹 [원자재 이슈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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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과 파이어니어 FTC 독과점 심사에서 적발
물가 안정 위해 기름값 잡으려던 美 정부 충격
자국 셰일가스 기업 밀어줬더니 배신
미국 셰일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OPEC과 정보를 교환하며 석유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해 유가를 밀어 올렸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의 595억달러 규모 인수·합병(M&A) 관련 독과점 가능성을 심사하던 도중, 이 같은 혐의가 포착됐다.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려던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와 민주당에는 큰 충격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석유 생산을 늘려 물가를 끌어내리려고 셰일 업계를 은밀히 지원했다. 덕분에 미국 석유기업들은 막대한 이득을 얻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 업계의 대형 M&A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 정부의 감시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과 일본 등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2016년 은퇴했으나, 2019년 사장 겸 CEO로 복귀했다. 올해부터는 회사 특별고문을 맡았고 엑슨모빌에도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FTC는 "셰필드 전 CEO가 원유 가격을 올리기 위한 글로벌 담합 공모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 복귀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과 전 세계 소비자·기업의 휘발유, 디젤, 항공유, 난방유 등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카일 맥 FTC 경쟁국 부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셰필드 씨의 과거 행적을 보면 그가 엑슨모빌 이사회 회의실 근처에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FTC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가가 폭락하자 셰필드 전 CEO는 공개적으로 OPEC과 러시아에 원유 생산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셰필드 전 CEO는 공개 성명과 문자 메시지, 대면 회의 등을 통해 미국 퍼미안 분지의 셰일가스 생산기업들과 OPEC+(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의 보조를 맞추려고 모의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석유·가스 업계와는 거리를 둬왔다. 공화당에 선거자금을 대고 비호를 받아온 에너지 업계와 사이가 좋을 리 없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민주당의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은 지난 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초대형 석유기업 과점 체제는 수십 년간 외국 석유 카르텔을 추종하며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지구를 파괴하며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내가 1999년 엑슨과 모빌의 합병 때 경고했었는데 FTC가 이번에 같은 실수(합병을 승인)를 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석유 담합 공모 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정부 조사가 있는지에 대한 현지 기자의 질문에 FTC 대변인은 "위원회는 잠재적인 범죄 행위를 언급할 책임이 있으며 그 의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사법적 조치와 관련해 미 법무부는 로이터통신 등의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셰필드 전 CEO의 담합 여부에 대해선 논란도 있다. 셰필드 전 CEO는 예전부터 에너지 투자자 및 업계 컨퍼런스에서 정기적으로 연설해왔다. 팬데믹 당시 감산 촉구 발언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OPEC을 상대로 했던 말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산유국들에 "미국 석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라"고 촉구했다.
파이어니어 역시 담합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명을 통해 "담합을 할 의도도 없었고 (셰필드 전 CEO로 인한) 담합의 효과도 없었다"며 "2023년 10월에 발표한 합병 완료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셰필드와 파이오니어는 FTC의 고소가 미국과 세계 석유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며 "셰필드가 한 행동의 성격과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물가 안정 위해 기름값 잡으려던 美 정부 충격
자국 셰일가스 기업 밀어줬더니 배신
미국 셰일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OPEC과 정보를 교환하며 석유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해 유가를 밀어 올렸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엑손모빌과 파이어니어의 595억달러 규모 인수·합병(M&A) 관련 독과점 가능성을 심사하던 도중, 이 같은 혐의가 포착됐다.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려던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와 민주당에는 큰 충격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석유 생산을 늘려 물가를 끌어내리려고 셰일 업계를 은밀히 지원했다. 덕분에 미국 석유기업들은 막대한 이득을 얻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 업계의 대형 M&A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 정부의 감시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과 일본 등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어니어 전 사장 엑슨모빌 합류 금지한 FTC
FTC는 지난주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미국 대형 셰일가스 기업 파이오니어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FTC의 거래 승인 조건은 "스콧 셰필드 전 파이오니어 최고경영자(CEO)가 합병 후 엑슨모빌 경영진에 포함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97년 파이오니어를 설립한 셰필드 전 CEO는 글로벌 석유·가스 업계의 마당발이다. 미국 석유·가스 기업 경영자들과 친할 뿐 아니라 OPEC 회원국 관계자들과도 거의 연례적으로 만찬을 가져왔다.그는 2016년 은퇴했으나, 2019년 사장 겸 CEO로 복귀했다. 올해부터는 회사 특별고문을 맡았고 엑슨모빌에도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FTC는 "셰필드 전 CEO가 원유 가격을 올리기 위한 글로벌 담합 공모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 복귀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과 전 세계 소비자·기업의 휘발유, 디젤, 항공유, 난방유 등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카일 맥 FTC 경쟁국 부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셰필드 씨의 과거 행적을 보면 그가 엑슨모빌 이사회 회의실 근처에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FTC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가가 폭락하자 셰필드 전 CEO는 공개적으로 OPEC과 러시아에 원유 생산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셰필드 전 CEO는 공개 성명과 문자 메시지, 대면 회의 등을 통해 미국 퍼미안 분지의 셰일가스 생산기업들과 OPEC+(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의 보조를 맞추려고 모의했다.
담합 혐의, 미 법무부 조사 나서나
미국 정부가 작심하고 자국 에너지 업계의 담합에 대해 조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석유 메이저 기업 셰브런의 헤스 인수(530억달러 규모)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크라운록 인수(120억달러 규모)를 비롯해, 올초 천연가스 체사피크에너지의 사우스웨스턴에너지 인수(74억달러 규모) 등 초대형 M&A가 이어지고 있다.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석유·가스 업계와는 거리를 둬왔다. 공화당에 선거자금을 대고 비호를 받아온 에너지 업계와 사이가 좋을 리 없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민주당의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은 지난 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초대형 석유기업 과점 체제는 수십 년간 외국 석유 카르텔을 추종하며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지구를 파괴하며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내가 1999년 엑슨과 모빌의 합병 때 경고했었는데 FTC가 이번에 같은 실수(합병을 승인)를 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석유 담합 공모 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정부 조사가 있는지에 대한 현지 기자의 질문에 FTC 대변인은 "위원회는 잠재적인 범죄 행위를 언급할 책임이 있으며 그 의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사법적 조치와 관련해 미 법무부는 로이터통신 등의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셰필드 전 CEO의 담합 여부에 대해선 논란도 있다. 셰필드 전 CEO는 예전부터 에너지 투자자 및 업계 컨퍼런스에서 정기적으로 연설해왔다. 팬데믹 당시 감산 촉구 발언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OPEC을 상대로 했던 말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산유국들에 "미국 석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라"고 촉구했다.
파이어니어 역시 담합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명을 통해 "담합을 할 의도도 없었고 (셰필드 전 CEO로 인한) 담합의 효과도 없었다"며 "2023년 10월에 발표한 합병 완료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셰필드와 파이오니어는 FTC의 고소가 미국과 세계 석유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며 "셰필드가 한 행동의 성격과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