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억 규모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추가 적발…"엄정 대응"

금감원,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조사 결과 발표
14곳 중 9곳에서 위반 행위 적발…나머지 5곳 조사중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데 이어 글로벌 IB 5곳의 불법 공매도가 추가 적발됐다. 현재까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규모는 2112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추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6일 금감원의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글로벌 IB 14곳 중 9곳에서 불법 공매도 혐의가 발견됐다. 9곳의 불법 공매도 규모는 164개 종목, 총 2112억원 수준이다. 최초 적발된 2개사엔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조치가 완료됐다. 전수 조사를 진행하며 7개사에서 불법공매도 혐의가 추가로 발견됐다. 7곳의 위반금액은 총 1016억원이다.지난해 11월 금감원은 공매도특별조사단을 출범한 후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들의 공매도 거래량은 외국인 전체 거래량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내 외국인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간은 공매도가 재개된 2021년 5월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브리핑에서 "한국 공매도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운영자의 과실 등 다양한 사유로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다"며 "공매도 주문을 내려면 당연히 국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사에선 회사 내 부서 간 주식대차 과정에서 소유주식을 중복해 계산하고, 과다계상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 주문을 제출해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다. 또 차입 수량을 오입력하거나 보유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제출하는 등 수기입력 과정에서도 무차입 공매도가 진행됐다.금감원은 위반이 확인된 글로벌 IB에 대하여 추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제재 수위는 고의성 여부 등을 감안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앞서 2개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불법 공매도 규모의 47% 수준이었다. 과징금 규모가 미미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에 함 부원장은 "과징금은 규정 위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가 발견된 9개사 외 5개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조사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아울러 국제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이달 중순 홍콩의 주요 글로벌 IB와 현지 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공매도 제도, 전산 시스템 개선 추진 사항을 설명할 예정이다. 글로벌 IB의 의견도 청취해 제도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재발 방지를 위해 글로벌 IB에 잔고 관리 방식 개선 등 실효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요구했다"며 "공매도 위반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여 불법 공매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