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500억원 자사주 매입…영풍 "남용 우려"

고려아연 "주주 환원 정책 따라 주주 가치 제고"
영풍 "경영진 지분율 확대 및 우호 지분 확보 수단"
고려아연이 3일 주주 환원을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최대 주주 영풍이 같은 날 "현 경영진 지분율 확대에 쓰일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시를 통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의 약 1% 수준이다.이번에 매입한 자사주는 주주 환원을 위해 대부분 소각하고 일부는 임직원 보상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 이전부터 자발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주주 환원율을 꾸준히 높였다"며 "올해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대 주주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현 경영진의 지분율 확대 및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쓰일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지급 기준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이사회 또는 소위원회가 정하는 만큼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려아연은 같은 날 해외 종속회사 아크에너지의 계열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가 호주 퀸즐랜드주에 건설 중인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지분 30%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호주사업 컨트롤타워인 썬메탈홀딩스의 유상증자를 고려아연이 이를 매입할 계획이다. 그러면 썬메탈홀딩스가 아크에너지와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풍력발전소 지분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유상증자 금액은 약 4억 2.300만 호주 달러(약 3,830억 원) 규모다. 풍력발전소 인수와 운영 자금으로 쓰이게 될 자금은 호주 종속회사가 차입금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고려아연 관계자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라며 "남반구 최대 풍력발전소인 이곳은 내년 8월 이후 상업 생산이 본격화되는 등 경제성이 높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 2조 3,754억 원, 영업이익 1,8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 감소했고, 26.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은 1,1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줄었다.


배창학기자 baechangha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