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다채로운 'NCT 드림'이라는 팔레트…성장형의 표본 [리뷰]

NCT 드림, 2~4일 고척돔서 단독 콘서트
3일간 총 6만명 관객 동원
청량·상큼한 무대부터 강렬 퍼포먼스까지
'성장 서사' 고스란히 담긴 3시간
공연 후반부에도 고음 거뜬히 소화
"완벽한 '막콘', 우린 진심 가득한 팀"
그룹 NCT 드림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NCT 드림(DREAM)이 6만여명의 함성을 등에 업고 힘차게 새 월드투어의 돛을 올렸다. 이들은 총 29곡의 무대를 선보였는데 단 하나도 겹치는 구석 없었다. 마치 29개 색이 담긴 팔레트를 펼쳐 보인 듯한 3시간이었다.

'전원 미성년자'로 데뷔해 '전원 성인'이 되기까지 음악적으로나, 콘셉트적으로나 꾸준히 발전해온 NCT 드림의 탄탄한 기초 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들이 왜 '성장형 K팝 그룹의 표본'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NCT 드림(마크·제노·해찬·재민·천러·지성, 런쥔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월드 투어 더 드림 쇼 3 : 드림 이스케이프(THE DREAM SHOW 3 : DREAM( )SCAPE)'를 개최했다. 지난 2~3일에 이은 3회차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NCT 드림이 약 11개월 만에 새롭게 선보인 국내 단독 콘서트다. 총 3일간 동원한 관객 수는 무려 6만명. 1층부터 4층까지 공연장을 꽉 채운 초록색 응원봉 물결, 시즈니(공식 팬덤명)의 우렁찬 함성이 데뷔 9년 차에도 변함없이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들의 저력을 대변했다.

메인 무대를 주축으로 좌우 양측에 각 2개씩 설치된 대형 스크린, 돌출 무대와 본 무대를 연결하는 7자 모양의 돌출 로드가 공연의 규모감을 한층 키웠다. 무대 디테일도 인상적이었다. NCT 공식 팬라이트 모양을 형상화한 가로 15m, 세로 15m의 대형 정육면체 LED 큐브 무대, 다각도로 기울어지는 LED 슬로프 리프트 등이 시선을 끌었다.LED 큐브 박스가 열리며 NCT 드림이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멤버들은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만큼이나 뜨겁고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첫 곡 '박스(BOX)'를 시작으로 '119', 'SOS', '고(GO)'까지 관능적이면서도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퍼포먼스가 쉼 없이 이어졌다.
공연의 콘셉트는 '꿈'으로, 지난 3월 발표한 새 앨범 '드림 이스케이프'에 담긴 억압받는 현실에서 이상적인 꿈으로 탈출하자는 메시지를 전반에 녹였다. 특히 7개 소주제 아래 NCT 드림의 음악 서사를 각각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퍼포먼스, 보컬 실력을 모두 갖춘 NCT 드림의 매력을 풍성하게 즐기기 좋은 구성이었다.

오프닝을 포함해 '포이즌(Poison)', '드리핀(Drippinp')'의 무대가 '인 어 루시드 드림(In a Lucid DREAM)'이라는 첫 번째 소주제로 묶였다. 화려한 불꽃, 불기둥과 함께 거침없는 퍼포먼스로 꾸민 이 섹션은 악몽에서 빠져나오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단숨에 관객 몰입감을 높였다.

마크는 "오프닝부터 찢어버리지 않았느냐"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성 역시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은 '막콘(마지막 콘서트)'임을 강조하며 "3일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동시에 "더 재밌게 놀아보자", "후회 남기지 않고 온 힘을 다 불사르겠다", "책임지고 재밌게 놀아드리겠다"라며 당찬 각오를 다졌다.이어진 두 번째 소주제 '어 드림 오브 패스트(a DREAM of past)'는 '아케이드(Arcade)', '위 고 업(We Go Up)', '번지(Bungee)'로 채워졌다. 비트감 있는 사운드에 힙하고 레트로한 매력을 강조하거나 질주감 있는 곡으로 에너제틱한 매력을 강조했다. 이전 섹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듣고 보는 재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NCT 드림이었다. 주제마다 의상까지 교체하며 각별히 공을 들였다.
'디 원 아이 드림 어바웃(the One I DREAM about)'에서는 숨은 명곡으로 꼽히는 NCT 드림의 발라드 수록곡 무대가 펼쳐졌다. 직전까지 환호하던 팬들은 '발자국', '북극성', '숨', '언노운(UNKNOWN)'까지 감미롭고 안정적으로 곡을 소화하는 멤버들의 보컬에 귀를 기울였다.

이어진 '테이스트 오브 러브(Taste of Love)' 섹션은 청량하고 사랑스러운 무드로 완성됐다. 멤버들은 '탠저린 러브(Tangerine Love)', '요거트 셰이크(Yogurt Shake)'를 부르는 동안 이동차를 타고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갔다. 상큼하고 풋풋한 분위기에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멤버들과 눈맞춤했다.

'무브 온 투 더 넥스트 스테이지(Move on to the Next Stage)'는 NCT 드림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에너제틱하고 청량한 무드로 장식했다. '드림 런(Dream Run)', '베러 댄 골드(Better Than Gold)'를 부를 땐 팬들과 함께 뛰어놀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헬로 퓨처(Hello Future)' 무대에서는 웅장한 떼창이 감동을 안겼다. 멤버들은 퍼포먼스를 소화하면서도 고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원하게 내질러 박수를 받았다.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었음에도 놀라운 자신감을 내보였다.

'필즈 라이크 헤븐(Feels like Heaven)' 섹션에서는 'ISTJ', '스무디(Smoothie)' 등 성숙함이 가미된 현재의 NCT 드림을 만나볼 수 있었다. 폭발적인 기운의 'ISTJ'에 이어 '스무디' 무대에서는 제노가 상의를 탈의해 천둥과 같은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윌 스탠드 라이크 디스 포에버(Will stand like this Forever)'라는 이름이 붙은 앙코르 역시 '파랑', '고래', 'ANL' 등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공연을 마치며 천러는 "진심으로 고맙다.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3일 동안 못 했을 것"이라며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앙코르 나오기 전 옷 갈아입는 동안 SNS 반응을 보려고 휴대전화를 열었는데 런쥔이 문자 보낸 게 알림으로 뜨더라. 아기들 너무 멋있다고, 잘 보고 있다더라. 빨리 7드림으로 여러분들 앞에서 이 공간을 즐겼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콘서트를 함께하지 못한 런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찬은 "내가 한 공연 중에 오늘이 손에 꼽는 공연인 것 같다. 잘하자, 틀리지 말자는 생각 하나도 없이 여러분만 보고 무대를 했다. 오늘 생각이 꽤 오래 날 것 같다"면서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여러분들이 시간과 돈을 쓰면서 이 자리에 왔는데 그 값어치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들이 퍼포먼스적으로, 음악적으로 좋은 공연이었다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만족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런쥔이의 파트를 우리끼리 나눠서 해야 했는데, 제스처도 그렇고 녹음한 걸 들으면서 런쥔이가 엄청 열심히 했다는 게 느껴지더라. 노래에 맞게 디테일을 신경 쓴 게 느껴져서 멤버들이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정말 후회 없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성은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멘트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들어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어린데 연차가 많다 보니 처음의 각오가 희미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가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고, 꿈을 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꿈을 알려주는 게 정체성인 것 같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팬들과의 관계성을 강조했다. 지성은 "연인의 사랑, 가족의 사랑과는 다른 형태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인생을 응원해주는 입장 아니냐. 아주 멋진 관계 같다. 이게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좋겠다"면서 팬들을 향해 "나의 세계를 넓혀주셔서 감사하다. 우리가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셨으니 우리도 여러분들이 꿈을 꿀 수 있게 계속해 힘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재민은 "나로 인해, 혹은 우리 멤버들로 인해 시즈니 여러분들의 걱정이나 마음, 기분이 조금이라도 치유된다는 것에 아주 큰 부담감과 기쁨을 가지고 있다"며 "항상 행복하게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 시즈니분들이 있기에 우리 드림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노는 "시즈니분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한국 콘서트가 끝났지만 투어를 잘 갔다 오겠다"고 인사했다.

끝으로 마크는 옷에 부착한 '런쥔' 인형을 가리키며 "우린 언제나 7드림이라는 걸 이렇게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번 3일 공연도 7드림으로 마무리했다"며 "오늘 공연은 '막콘'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완벽한 공연이지 않았나 싶다. 완벽한 막콘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감성을 사는 직업이고, 그럴수록 진심이 되게 소중한 거라고 생각한다. 멤버들을 보면서 우리만큼 진심인 팀이 있을까 싶더라. 이렇게 진심인 팀을 여러분들도 어디서 쉽게 못 볼 거다. 나도 어디서 못 볼 것"이라며 팀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NCT 드림은 서울 공연의 기세를 이어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순회하는 월드 투어에 나선다. 이어 11월 29~12월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하고 월드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