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서고 곧바로 외래진료 투입"…필수의료 전공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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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말해주는 환자 한마디가 큰힘" "교수 중 병원을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의료현장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분들도 꼭 알아줬으면 합니다.
"
"의사가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으로 몰릴 때마다 상실감을 느끼지만 '고맙다.
고생한다'고 말해주는 환자들의 말 한마디 때문에 힘을 냅니다. "
경남 한 종합병원 내과에서 근무 중인 A 교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후 석 달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흔히 필수의료라 말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다른 과에 비해 입원환자가 많고 뒤로 미룰 수 없는 수술이 많아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모두 빠져나간 공백을 남은 교수진이 분담해서 맡는다는 게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동안 설 일이 없던 당직에 투입돼 밤을 새운 뒤 날이 밝으면 일과가 끝날 때까지 외래환자 진료를 하더라도 조만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며 A 교수와 동료들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40∼60대 교수들이 오후 8시부터 12시간 당직을 선 뒤 곧바로 당일 오후 6시까지 수술과 진료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당직 다음 날은 하루 쉬어야 했으나 밀릴 대로 밀린 외래환자 예약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당직을 설 때라도 쉬면 다행이지만 응급 호출부터 갑자기 열이 오른 입원환자에게 해열제를 처방하는 등 자잘한 일까지 도맡으니 날이 갈수록 심신만 지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뉴스 등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이 탐욕스러운 의사들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박탈감만 느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에 내과를 선택한 A 교수였다.
버는 돈은 개원의만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연구를 하며 환자 생명을 살리는 '진짜 의사'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그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 뒤 동료 교수들과 만날 때면 '우리 자식이 의대에 가면 절대 필수의료과에 보내지 않을 거다', '이번 사태로 필수의료과만 고생한다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푸념을 주고받는다.
A 교수는 "동료들 생각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과 뭐라도 좋으니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며 "차라리 전공의 사표라도 수리되면 이들이 일반의로 병원에 재취업해 일손을 거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밖에서 피부 미용하며 큰돈 버는 의사들은 아무 타격 없는데 왜 안에서 묵묵히 일하던 우리가 이런 지경에 처해야 하나 모르겠다"며 "그런데도 진짜 환자들 곁을 떠나는 교수들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진 피로 누적과 함께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병원 경영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발발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일일 외래환자 수는 2천181명으로 기존 2천371명과 비교해 8% 줄었다.
상황은 더 나빠져 4월 한 달 동안 일일 외래환자 수는 1천991명으로 기존보다 16% 감소했다. 병상 가동률도 기존 74%에서 3월 말까지 54%, 4월 한 달간 51%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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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으로 몰릴 때마다 상실감을 느끼지만 '고맙다.
고생한다'고 말해주는 환자들의 말 한마디 때문에 힘을 냅니다. "
경남 한 종합병원 내과에서 근무 중인 A 교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후 석 달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흔히 필수의료라 말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다른 과에 비해 입원환자가 많고 뒤로 미룰 수 없는 수술이 많아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모두 빠져나간 공백을 남은 교수진이 분담해서 맡는다는 게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동안 설 일이 없던 당직에 투입돼 밤을 새운 뒤 날이 밝으면 일과가 끝날 때까지 외래환자 진료를 하더라도 조만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며 A 교수와 동료들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40∼60대 교수들이 오후 8시부터 12시간 당직을 선 뒤 곧바로 당일 오후 6시까지 수술과 진료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당직 다음 날은 하루 쉬어야 했으나 밀릴 대로 밀린 외래환자 예약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당직을 설 때라도 쉬면 다행이지만 응급 호출부터 갑자기 열이 오른 입원환자에게 해열제를 처방하는 등 자잘한 일까지 도맡으니 날이 갈수록 심신만 지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뉴스 등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이 탐욕스러운 의사들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박탈감만 느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에 내과를 선택한 A 교수였다.
버는 돈은 개원의만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연구를 하며 환자 생명을 살리는 '진짜 의사'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그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 뒤 동료 교수들과 만날 때면 '우리 자식이 의대에 가면 절대 필수의료과에 보내지 않을 거다', '이번 사태로 필수의료과만 고생한다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푸념을 주고받는다.
A 교수는 "동료들 생각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과 뭐라도 좋으니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며 "차라리 전공의 사표라도 수리되면 이들이 일반의로 병원에 재취업해 일손을 거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밖에서 피부 미용하며 큰돈 버는 의사들은 아무 타격 없는데 왜 안에서 묵묵히 일하던 우리가 이런 지경에 처해야 하나 모르겠다"며 "그런데도 진짜 환자들 곁을 떠나는 교수들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진 피로 누적과 함께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병원 경영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발발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일일 외래환자 수는 2천181명으로 기존 2천371명과 비교해 8% 줄었다.
상황은 더 나빠져 4월 한 달 동안 일일 외래환자 수는 1천991명으로 기존보다 16% 감소했다. 병상 가동률도 기존 74%에서 3월 말까지 54%, 4월 한 달간 51%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