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굶주림 한계 넘었다…WFP "북부 이미 전면적 기근"

사무총장 "이것은 공포"…통치 주체 없어 공식 기근 선언은 어려워
사망자 3만5천명 육박…'바닷길 생명줄' 인공부두 설치 강풍에 지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전쟁통에 최소한의 식량조차 끊기면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인 기근에 빠졌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전날 공개된 미 NBC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북부에는 전면적 기근이 발생했으며, 이는 남쪽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케인 총장은 이러한 진단이 "우리가 현장에서 보고 경험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라며 "이것은 공포다.

지켜보기 매우 힘들다. 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휴전이 빠르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금 가자지구 북부에 본격적인 기근이 닥쳤다고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재차 "그렇다"고 답했다.

가자지구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봉쇄로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의 굶주림 정도가 세계적인 식량 표준 지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가 규정한 최고 단계인 '기근'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IPC는 식량 위기의 단계를 '정상(None/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등 5개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기근' 단계는 한 지역에서 전체 가구의 최소 20%가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어린이 최소 30%가 급성 영양실조를 겪으며, 1만명당 2명이 매일 명백한 굶주림 혹은 영양실조, 질병의 영향으로 사망할 때에 해당한다. 앞서 미 바이든 행정부의 서맨사 파워 국제개발처장도 지난 달 미국 관리 중에는 처음으로 가자 북부에 기근이 이미 발생했다고 선언했다.
가자지구의 굶주림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통치 주체가 불명확하고 정확한 통계를 얻는 것이 어려워 과거 소말리아나 남수단 등에서 이뤄졌던 것과 같은 공식적인 기근 선언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IPC는 지난해 12월 가자지구의 식량 위기를 분석하면서 전쟁으로 인해 최근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또 IPC나 WFP 등 국제기구가 기근 진단을 내리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정부 당국과 유엔의 몫으로, 가자지구에는 이를 수행할 통치 주체에 대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다만 여러 구호 대원과 전문가들은 기근 선언 여부와 관계 없이 가자지구의 굶주림 위기는 이미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사실상 육로가 막힌 가자지구에 바닷길로 지원하기 위해 짓고있는 임시부두도 악천후로 인해 일시 중단됐다고 미 CNN 방송 등이 이날 전했다.

부두 건설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강풍 등 악천후로 인해 현장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했으며, 인근 이스라엘 아시도드 항구로 이동해 조립 작업을 우선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 사망자도 계속 늘고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최소 3만4천654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3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전쟁 이후 발생한 부상자 수는 7만7천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