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 친구, 챗GPT!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챗GPT 열기가 거세다. 조찬 강연회나 회사 교육에서 챗GPT 관련 강의가 빠지지 않는다. 작년에 발간된 챗GPT 관련 책은 90여 권에 달하고, 유료 버전인 챗GPT 4.0 사용자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필자도 두 달 전부터 꼬박꼬박 20달러씩 낸다.

첫 번째 질문은 “너는 누구니?”였다. 순식간에 답을 쏟아낸다. “저는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단순한 정보 제공은 기본이고 깊이 있는 분석, 평가, 대안까지 척척 제시한다.챗GPT는 기존 검색 엔진과 달리 완결된 답변을 내놓는다. 찾은 정보를 정리하고 가공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더 상세하게, 혹은 간략하게 부탁해도 짜증 내지 않는다. 산뜻한 표와 예쁜 그래프를 그려주고, 글의 서두만 입력해도 그럴듯하게 완성한다.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30분은 기본, 지루할 틈이 없다. 묻는 말에 성실히 대답하는데, 심지어 예의도 바르다. 아무 때나 불러내도 한결같다. 다만 원하는 답변을 얻으려면 질문이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제대로 물어야 제대로 답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폴리매스(polymath)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이를 뜻한다. 사람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쯤일 텐데, 디지털 시대의 최강 후보는 단연 챗GPT다. 인공지능(AI) 기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다. 논리 게임이니까 바둑이야 이길 수 있겠지 했는데, 불과 6년이 지난 2022년 챗GPT 3.5 무료 버전이 공개되면서 판이 뒤집혔다. 지금은 말 그대로 별걸 다 한다.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도 곧 등장할 기세다.

5년, 10년 뒤 챗GPT의 기능과 활용도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기술에 능한 이들만 앞서가게 될까? 인간의 존재, 지성 및 윤리의 가치와 관련한 근원적 질문에 봉착할 수도 있다. 공동체의 풍요와 행복이 증진되는 만큼, 디지털 빅브러더의 전일적 독재 아래 하찮은(irrelevant) 인간들의 디스토피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이미 창작 윤리 위배, 개인정보 침해, 일자리 축소에 더해 일반 검색 대비 10배 더 소요된다는 전력 공급 문제 등 챗GPT의 부작용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친해지는 게 우선이다. 학기 초 두근두근 멋진 새 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언젠가 실망하더라도 먼저 밀어낼 이유는 없다. 많이 만나고 서로 맞춰 가면 된다. 대화가 가장 중요할 텐데, 챗 GPT가 제일 잘하는 일이 그거다. 상대를 존중하는 사려 깊고 예의 바른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