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는 왜 성격이 전혀 다른 남녀를 결혼하게 만드나 [서평]

"저출산, 불평등, 혐오, 질병은 모두 이기적 유전자 탓 "

유전자 지배 사회
최정균 지음
동아시아
276쪽
1만7500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지며 인구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 비싼 집값, 교육비 부담, 과도한 경쟁 등 다양한 사회 환경이 젊은 남녀가 자녀를 가지는 것이나 가정을 만드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출산 포기라는 이런 청년들의 선택이 본인들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면 어떻게 봐야 할까?

인간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최정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유전자 지배 사회>에서 이 같은 본능을 기저에서 교묘하게 조종하는 것이 인간의 유전자라고 전한다. 최 교수는 최신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가정, 사회, 경제, 정치, 종교 등을 분석한다. 과거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한 이후 진화론을 바탕으로 사회를 바라본 연구가 많이 등장했다. 제국주의 침략이나 빈부격차를 정당화하는 등 사회진화론이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과학으로 사회를 이해하려는 혁신적 관점을 제공했다.

반면 유전학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물학적 관점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유전자를 통해 인간이 지닌 본연의 이기성에 대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더욱 과학적으로 인간이 체득한 이타적이며 사회적인 면모를 성찰하려 한다. 살인, 혐오, 전쟁 등 인간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행동들을 유전자 수준에서 살펴본다.

행복한 결혼 뒤에 많은 이들이 이혼하는 것도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유전자는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서 유전적 다양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내성적인 남자와 외향적인 여자, 순종적인 사람과 지배적인 사람 등 다른 성향의 사람이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유전자는 성공적 번식이 목적이지 개체의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 결국 이혼 사유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원인이 성격 차이라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은 독립적인 주체들이 각자의 합리적인 욕구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장이 자연적으로 균형상태로 나아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진화적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무한한 욕구와 번식 경쟁을 가진 인간들이 시장 경제를 극단적인 불균형으로 이끌 수 있다고 전한다. 현대의 빈부격차나 지나친 교육열, 과시적 소비 욕구 등은 경제 주체들이 따르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에 저항하고 개척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에 대한 적응을 통해 숭배하고 순응하는 존재다. 저자는 종교의 탄생이 자연을 경외하던 인간이 절대자를 숭배하게 됨으로써 자연을 지배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종교가 오히려 자연과학의 발달을 촉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연을 숭배하는 인간의 본능은 기술의 진보를 거부하게도 만든다고 저자는 전한다. 유전자 변형작물(GMO)이 어떤 부작용이나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두려움은 여전하다. DDT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발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환경보호 운동의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하지만 DDT가 모기를 비롯한 해충으로부터 수많은 인명을 구한 덕분에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과학자들은 DDT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최대 8000만명의 불필요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진단한다.저자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생물학적 차이,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유발한 혐오와 차별, 유전자의 다양성이 유발하는 질병과 노화 등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논한다. 일부 독자는 이 책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