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광장에 인파 10배 증가"…AI 스타트업, 위성 영상 분석해 국방 책임진다 [긱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북한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국방 서비스를 시작한다. 김일성 광장의 인파 밀집도를 분석하거나 북한에 정박한 선박의 종류를 파악해 위험을 알리는 식이다. 3차원 가상 공간을 구현해 화학전에 대비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국가 안보 분야에 혁신 기술을 가진 민간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북한 이상징후 탐지


지난달 30일 대전광역시 중구 모두의연구소에서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AI미래포럼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데이터연구단 등이 주최한 ‘국방 데이터 혁신 네트워크’가 열렸다. 스타트업 SIA와 다비오, LIG넥스원, 국방과학연구소(ADD)의 AI센터 관계자 등이 모여 국방에 활용할 AI 기술을 논의했다.

위성영상 분석 스타트업 SIA의 이포원 이사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이 이사는 인공위성 이미지를 공급받아 분석해 북한을 감시하고 정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실시간으로 위험 상황을 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사는 “중형차 크기의 물체만 잡아내던 AI 기술이 최근 소형차 크기의 구조물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며 “과거 인공위성으로부터 받은 이미지에서 47대의 차량만 잡아냈다면 동일한 사진으로 AI가 417대의 차량 위치를 파악해 분석했다"고 말했다.

SIA는 표적을 자동으로 식별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오비전(Ovision)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평상시 인파가 10명 수준인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 100여 명이 모이면 이를 이상 징후로 감지해 실시간으로 알람이 울린다. 평안북도 서해 위성 발사장에 차량이 급증했을 때도 위험으로 인식한다. 북한과 러시아에 정박한 선박의 종류를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군함 등으로 나눠 파악할 수도 있다.SIA는 다음 달 위성영상 AI 센터를 서울에 열 계획이다. 미국 위성업체인 막사테크놀로지와 국내 아리랑 위성 등을 통해 영상을 구매해 분석한 뒤 북한을 감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이사는 “국내 국방 관련 기관에서 SIA와 같은 스타트업의 북한 감시 서비스를 안보에 활용하고 있다”며 “북한 모니터링은 국가 기관의 몫이지만, 민간이 AI 기술을 활용해 사각지대를 보충하는 식으로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D 공간 구현해 화학전 대비


스타트업 다비오도 데이터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다비오는 실제 공간을 3차원 가상공간으로 구현해 북한과 화학전 발생 시 대피경로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공기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화학물질의 확산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무인 전투기와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어떤 지역으로 비행해야 하는지도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다비오는 AI 기술을 활용해 홍대를 단 22일 만에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 박주흠 다비오 대표는 “사람이 도시 하나를 가상 공간으로 구현하려면 1년 정도 걸리는데 그사이 공간의 30%가 변하고 만다”며 “인간 대비 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른 AI를 도입해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맞춤형 데이터를 지금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주장도 나왔다. 조규태 LIG넥스원 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 목적에 알맞은 데이터가 별로 없다”며 “데이터를 모을 때부터 목적과 활용 방안을 생각해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