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창고형 영화? 가슴 아픈 말"…'그녀가 죽었다'로 노리는 반전 [인터뷰+]

영화 '그녀가 죽었다' 신혜선 인터뷰
관종 인플루언서 한소라 役

"가증스러워 손발 오그라들어, 뒤틀린 캐릭터"
"나는 쿨한 척 하는 관종, 일 하며 사회화 됐죠"
/사진=아이오케이 컴퍼니
"'창고형 영화'라는 말은 너무 가슴이 아파요. 저희는 개봉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감독님은 계속 편집하고 후반 작업을 하고 계셨죠. 기다림 끝에 영화가 나왔고, 제 눈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재밌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어 인생에 도움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신혜선 주연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크랭크업을 한 지 3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이 영화는 2021년 상반기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쉽사리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을 묵히는 바람에 '창고 영화'로 불리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15일 '그녀가 죽었다'는 극장에 걸리게 됐고, 신혜선은 "어떻게 나올지 걱정 많이 했는데 영화 자체가 재밌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신혜선은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를 연기했다. 명품을 휘두르고 호텔 뷔페에서 식사하거나 유기견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다친 길고양이를 구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중적인 캐릭터. 신혜선은 구독자들을 향해 해사하게 웃으며 '착한 척'을 하다가도, 실제로는 섬찟한 일을 서슴지 않는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했다.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봐야 했는데, 가증스러운 모습에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고요. 그동안 안 해봤던 캐릭터였고, 악역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나쁜 여자도 해보고 싶었어요.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뒤틀린 캐릭터라 여러 가지 것들이 충족됐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사진=아이오케이 컴퍼니
신혜선은 촬영 중 자기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징그러웠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라면서도 "백번 양보해서 조금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던 점은 다른 사람에게 예쁨 받고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선은 그런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일 거라고 부연했다.

이 영화를 촬영하며 '현타'(현실자각타임)을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명품백을 과시하기 위해 타인의 샤넬 가방을 들고 자기 것인 것 처럼 사진을 찍는 장면. 신혜선은 "사람이 살면서 옆 사람의 가방을 몰래 들고 찍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보니 어색했던지 감독께서 먼저 시연을 해주셨다. 그때 현타가 많이 왔다"고 털어놨다.

"소라가 눈물의 라이브 방송을 하는 부분도 너무 힘들었어요. 제 머릿속에 그런 장면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사과 방송할 때 화장기 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눈물도 휴지로 찍어 누르는 것 같은 모습 말이에요. 감독께서 누구의 사과 방송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연상이 잘 되게 써주셔서 시나리오대로 연기할 수 있었죠."SNS에 중독된 한소라와 달리 신혜선은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데 적극적인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게시물을 기다려주고, 올리면 좋아하는 분들이 있기에 감사한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지만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사명감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할 때가 되면 느낌이 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서 신혜선은 SNS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는 소라가 이해가 더 안 됐을 것이다. 촬영보다 힘들었던 것은 소라의 계정을 채우기 위해 자료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고. "소품 촬영을 하기 위해 예쁜 카페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 걸 난생처음 해봤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딘가 간다는 행위도 처음이고요. 촬영보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게 '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어요. 묘한 게, 열심히 찍다 보니 아이디어가 절로 떠올랐어요. 감독께서 '점점 는다'는 칭찬도 해주셔서 예쁜 척하고 뽐내며 신나게 찍었죠."

신혜선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 배우이지만 자신의 사적인 모습에 쏟아지는 관심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저는 제가 '관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쿨한 척하는 관종'이 아닐까 싶어요. 관심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고, 못 받는 것도 속상하고. 직업적으론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이 좋죠. 그래도 저를 보여줘야 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일하면서 사회화가 된 것 같아요. 익숙해졌는지 작품 홍보를 위해 예능 출연하는 것은 이제 괜찮아졌어요. 하지만 관찰 예능은 못 할 것 같아요. (웃음)"
/사진=아이오케이 컴퍼니
신혜선은 2017년 영화 '하루'에서 변요한과 부부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이번 영화에선 '비호감 대격돌' 수준의 연기를 펼쳤다. 변요한은 이 영화 홍보를 위해 자신의 전작 '한산'을 언급하며 "'한산'보다 자신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혜선은 "오빠는 진심인 것 같다"며 웃었다.

"변요한 오빠는 나이 차이는 크게 안 나도 엄청 선배님이시거든요. '하루' 때는 자주 대사를 주고받는 역할은 아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대적하는 역할이라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이겨 먹으려고 하는 액션신도 있고요. 원래도 잘하는 분인 줄은 알았지만 연기를 하며 바퀴가 잘 맞아떨어지는 걸 느꼈어요. 서로의 에너지가 충돌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리드를 잘 해주셔서 잘 기대서 갔습니다."

신혜선은 그동안 드라마 '비밀의 숲',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웰컴투 삼달리', 영화 '결백', '타겟', '용감한 시민' 등에 이르기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강렬하거나 때론 시청자 친화적인 연기를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선 기존의 연기를 탈피하며 '은퇴작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러블리한 역할을 할 때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어요. 제 이미지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대본을 선택할 때 지금 연기하는 캐릭터와 상반된 것에 매력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이 영화를 할 때 드라마 '철인왕후'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약간 촬영이 겹쳐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긴 했지만, 오히려 캐릭터 적인 부담은 덜했죠. 캐릭터가 비슷하면 헷갈리고 어려울 것 같은데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거든요."현재 박스오피스는 마동석의 '범죄도시4'가 독주 중이다. 신혜선은 "'범죄도시'를 이겨 먹겠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각자 매력이 있는 영화니, 저희 영화도 잘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녀는 죽었다'에 대해 "MZ 스릴러"라며 "군더더기 없이 스트레이트로 쭉 가는 영화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