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카와 히로시 "도요타·미쓰비시와 영하 170도 견디는 달 오프로드車 개발"

日 우주 산업 책임자 야마카와 히로시

물밑서 美와 우주 협력 지휘
"일본인 달 착륙" 합의 이끌어

JAXA, 달 탐사선 '슬림' 성공
자원·토지 등 조사할 차량 개발

우주정거장 물자 운반도 심혈
지난달 9일 미국 워싱턴DC.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과 모리야마 마사히토 일본 문부과학상이 한 문서에 서명했다. 문서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일환으로 일본인 두 명이 2028년 달에 착륙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넬슨 국장이 문서에 서명한 다음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인의 달 착륙은 미국인 외에 사상 처음”이라고 치켜세웠다. 우주 분야가 과학을 넘어 미·일 간 군사·경제·외교를 아우르는 정치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야마카와 히로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이사장(사진)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우주 관련 실무를 지휘했다. 그는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을 근접 비행하는 탐사선 베피콜롬보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다. 일본이 세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개발에도 깊이 관여했지만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야마카와 이사장은 일본인 가운데 누가 달에 처음 발자국을 찍을 것 같냐는 질문에 “NASA와 협의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일본에선 JAXA가 지난해 2월 달 유인 탐사를 염두에 두고 우주비행사 후보로 뽑은 세계은행 방재전문관 스와 마코토와 적십자 소속 의사 요네다 아유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1월 우주비행사 인증을 받을 예정이라 달에 착륙할 유력 후보로 꼽힌다.

지난 1월 JAXA는 소형 탐사선 슬림을 달에 착륙시켰다. 소련과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야마카와 이사장은 “슬림의 착륙 성과는 JAXA 단독으로 올린 것이 아니다”며 “탐사선 시스템 개발을 총괄한 미쓰비시전기를 비롯해 일본 기업들이 합심해 이룬 결과”라고 민간 기업에 공을 돌렸다.

슬림은 탐사선에 동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슬림의 상태에 대해 묻자 그는 “지난달 23일 기준 세 번째 월야(2주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시기)를 견뎌낸 슬림이 항법 카메라로 월면을 촬영해 사진을 보내왔다”고 했다.
일본이 개발 중인 달 탐사 차량 루나크루저 상상도. 도요타 제공
JAXA는 도요타, 미쓰비시중공업과 손잡고 월면 탐사차인 루나크루저를 개발 중이다. 도요타의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랜드크루저에서 이름을 따 왔다. 2031년 발사 예정인 루나크루저는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하루 20㎞를 주행할 수 있는 달 오프로드 차량이다. 차체는 길이 6m, 폭 5.2m, 높이 3.8m로 버스 두 대를 합친 정도의 크기다. 지구 중력 6분의 1, 낮 기온 120도, 밤 기온 영하 170도 등 극한의 환경인 달에서 차내 기압 조정을 할 수 있다. 불편한 우주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의 탐사 활동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루나크루저를 위해 도요타는 태양광에서 수소를 생성하는 배터리 기술과 달 표면을 달리는 데 적합한 특수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JAXA는 우주 수송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야마카와 이사장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보급기인 HTV는 우주에 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수송 수단으로 일본이 독자 개발했다”며 “HTV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아홉 번의 보급 미션을 완수해 풍부한 수송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