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 꺾을라…과도한 규제보다 부족한 게 낫다"

AI 단순히 개인편의 증대 넘어
치안·의료부문 개혁할 수 있어
기술 자체 규제보단 악용 막아야
워터마크 등 AI 신뢰 쌓기 중요
인공지능(AI) 분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생성형 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라 아이젠 CNBC 앵커, 그렉 브라운 모토로라솔루션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 재닛 트룬칼레 언스트&영 CEO. 로스앤젤레스=박신영 특파원
“과도한 규제는 규제를 하지 않는 것보다 나쁘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슈나 CEO는 그렉 브라운 모토로라솔루션 CEO,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 재닛 트룬칼레 언스트&영 CEO 등과 함께 ‘생성형 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그는 “규제는 기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래에 매우 중요한 기술에는 어느 정도의 규제는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규제를 과도하게 하면 혁신이 (규제 범위 안에서) 융화돼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AI 혁신을 이루려고 해도 규제의 틀 안에 갇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 사례를 우려한 것이다. 그는 “과도한 규제는 규제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크리슈나 CEO는 AI 관련 기술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잘못 사용되는 사례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발전시키되 딥페이크처럼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브라운 CEO는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AI 기술의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워터마크 도입을 꼽았다. 워터마크는 문서나 사진 등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흐릿하게 삽입된 이미지를 뜻한다.쿠리안 CEO는 구글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너스 내비게이터’라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너스 내비게이터는 구글이 미국에서만 제공하는 서비스로 △환자의 증상 체크 및 평가 △환자의 치료 옵션 제시 △전문가그룹 정보 등을 지원한다.

브라운 CEO는 미국 내 긴급 전화(911) 신고가 들어올 경우 언어 장벽을 없앨 수 있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브라운 CEO는 “911 콜센터에 외국어를 녹취하고 번역하는 기능을 바로 적용하면 응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년 안에 지금 사용하는 챗GPT 시스템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나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AI 기술의 진보를 강조했다. 그는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산업화 시대에 인구의 90% 이상은 농업에 종사했다”며 “하지만 일자리가 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생겨났듯이 AI의 일자리 위협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AI 기술 발전에 따라 요구되는 전력량이 급증하는 점은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라고 인정했다.‘미국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는 매년 봄 세계 최대 투자가들과 경제·금융 석학들이 로스앤젤레스에 모여 세계 경제 동향과 금융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다. 1998년 시작돼 올해로 27회를 맞았다.

로스앤젤레스=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