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혹했다 상품에 실망…알리·테무 앱 지웠어요"

中 대표 e커머스, 韓진출 이후 이용자 첫 감소

초저가 전략 한계 온 C커머스
배송 늦고 발암물질 논란까지
호기심에 사는 소액상품만 팔려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 커져
공정위, 자료수집 약관 조사 착수

쿠팡, 중국 초저가 공세 뚫고
4개월간 이용자 173만명 늘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토종 유통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경DB
중국 e커머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를 처음 접한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어떻게 이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 쿠팡, G마켓, 11번가 등 국내 e커머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저렴한 상품이 즐비하다. 호기심에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주문하고 ‘한두 개 건지면 다행’이라는 식의 구매 행태가 확산했다. 알리와 테무가 단기간에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각각 800만 명 이상으로 늘린 비결이다. 하지만 이런 초저가 전략의 한계도 분명하다. 가격 외에 내세울 게 없어서다.

알리·테무 소비자 신뢰 잃어

알리와 테무의 초저가 전략은 극단적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만원대 스마트폰 케이스를 1000원에, 수십만원짜리 스마트 워치를 1만원대에 판매한다. 조악한 품질에도 가격이 낮아 소비자 기대가 크지 않다. 작동만 하면 그냥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주로 구매하는 상품도 패션·생활용품, 정보기술(IT) 기기, 스포츠 용품 등에 국한돼 있다. 이런 제품은 재구매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식품, 화장품, 패션 등 반복 구매가 많은 상품이 주력인 쿠팡과 SSG닷컴, G마켓 등 국내 e커머스와 다른 점이다.
중국 e커머스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초저가를 감안하더라도 낮은 기대치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늦은 배송이 대표적이다. 알리와 테무가 배송 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상품을 받기까지 1주일 이상 걸린다. 일부 제품은 한 달을 넘기기도 한다.

제품 성분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아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때도 많다. 관세청이 최근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에서 초저가로 판매하는 유아동 제품 252종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15%에 이르는 38종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넘어선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테무 구매액 쿠팡의 30분의 1

이런 리스크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 실패를 겪더라도 크게 손해가 없게 소액만 구매하고 있다. 테무의 올 1분기 결제 추정액은 약 911억원으로 12조원을 넘은 쿠팡은 물론 G마켓(3조5548억원), 11번가(2조631억원), 티몬(1조8435억원) 등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낮았다. 1인당 구매 추정액은 4451원에 불과했다. 13만원대의 쿠팡, G마켓의 3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 코카콜라 등 브랜드 제품도 일부 판매 중인 알리의 1인당 구매 추정액은 테무보다 훨씬 높은 약 3만3000원이었지만, 여전히 국내 쇼핑 앱엔 크게 못 미친다.중국 e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알리, 테무가 초저가를 미끼로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불공정 약관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쿠팡의 4월 이용자는 약 3090만 명으로 전월(3086만 명)보다 4만여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173만 명이나 이용자를 늘렸다. 특히 쿠팡은 지난달 12일 유료 멤버십 ‘와우클럽’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이용자 이탈이 없었다. 쿠팡의 최대 강점인 ‘빠른 배송’을 다른 경쟁사가 따라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여전히 상당한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