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영, 뇌 수술용 로봇 FDA 승인 신청…美 시장 출사표

3D SPI 세계 1위 아성 의료 시장으로 확대
서울대병원 등 전국 6개 대형 병원 사용중
이르면 연내 승인 후 내년부터 美 병원 판매
고영테크놀러지의 뇌 수술용 의료 로봇 카이메로. 고영 제공
3차원(3D) 납도포검사장비(SPI) 세계 1위 고영테크놀러지가 자체 개발한 뇌 수술용 의료 로봇으로 본격적인 미국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고영은 다음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 로봇 카이메로(KYMERO)에 대한 의료기기 시판 전 허가를 신청한다. 미국에서는 카이메로 대신 다른 이름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후 반년 이상 심사를 거쳐 승인이나면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제품 나온 후 8년 만의 도전

카이메로는 뇌 질환 수술 및 검사에 활용하는 의료용 로봇이다. 환자의 의료 영상을 기반으로 의사에게 표적 위치와 경로를 안내한다. 세계 최초 침대 부착형으로 광학 센서를 통한 로봇의 실시간 위치 및 자세 추적이 가능해 정밀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 덕분에 고난도 수술 시 소요 시간과 환자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철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환자의 영상 이미지를 구현할 때 정확도가 높은데 소프트웨어면에서도 훌륭한 장비”라고 평가한 바 있다.

고영이 의료 로봇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하기까지는 완제품이 나온 지 약 8년이 걸렸다. 2011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고영은 2016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 및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 2년 간 임상 시험을 거친 뒤 2020년 세브란스병원에 처음 도입됐고, 이달 초까지 서울대병원 등 전국 6개 대형 병원에서 500례 이상의 수술을 선보였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 고영 제공
고영은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 에이전트와 협력해 FDA 승인을 위한 사전 검토를 진행했다. 영업 인력을 포함해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했다. 고광일 대표는 미국 법인 수장까지 직접 맡으면서 카이메로 미국 진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 대표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의료용 로봇은 반도체 검사 장비 이후 ‘새 먹거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카이메로의 FDA 승인 여부가 고영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메디컬 분야 사업 확장 나선 고영

고영은 FDA 승인 신청을 계기로 글로벌 메디컬 분야 사업 확장에 전력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의료 로봇 시장 규모가 약 17조원으로 전망된다. 이 중 북미 비중이 약 62%로 압도적인 1위다. 고영 관계자는 “미국에는 뇌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보유 병원 수가 1400여 개에 달한다”며 “국내 대형 병원에서 인정받은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겠다”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뇌 수술용 의료 로봇과 연동할 수 있는 디지털 엑스레이(X-ray) 기기도 개발 중이다. 이 제품 상용화를 시작으로 다른 신경외과 의료 기기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고영 관계자는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라며 “곧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