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놈될' 등극한 일본車…'역대급 엔저'에 미국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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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車, 미국서 대박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질주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틈타 하이브리드 기술과 역대급 엔저를 무기로 일본 차들이 미국·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이들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서둘러 내는 등 반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경쟁자' 현대차도 '초긴장'
하이브리드 엔저 앞세운 일본차 달린다
미국서 죄다 두자릿수 판매 성장
미국·한국차들 성장 둔화 속 나홀로 질주
전기차 캐즘에 하이브리드 기술 먹혀…엔저도 호재
긴장한 현대차·기아, 미국-인도 시장 공략 가속
美시장서 일본車 모두 판매 증가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일본 차 판매량은 일제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20.3% 늘며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판매량은 56만5098대로, 1위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량(59만55대)을 바짝 뒤쫓았다.혼다도 같은 기간 17.3% 증가한 33만3824대의 차량을 팔며 4위인 스텔란티스(33만4841대)와 거의 따라붙었다. 닛산·미쓰비시(9.5%), 스바루(6.7%) 마쯔다(13.3%) 등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같은 기간 미국 GM(-1.5%)을 비롯해 기아(-2.5%) 스텔란티스(-9.6%) 현대차(0.7%) 폭스바겐(1.1%) 테슬라(4.0%) BMW(1.3%) 등은 판매량이 줄거나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일본차의 약진은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한 전략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도요타가 그랬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를 99만대나 팔았다. 혼다도 2개 모터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세워 전기차 캐즘이 낳은 빈틈을 공략했다. 닛산·미쓰비시와 스바루, 마쯔다 등은 내연기관 차량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파고 들었다.'일본차 전성시대'는 인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스즈키의 자회사인 마루티 스즈키는 지난 1분기 판매량(47만9791대)을 1년 전보다 12.2% 늘리며 2위 현대차(15만5010대·8.5% 증가)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도요타는 이 기간 51.8%나 판매량(7만726대)을 늘리며 5위로 올라섰다.
韓 차회사 하이브리드카 출시하며 반격
미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완성차 회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역대급 엔저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체력'이 세지고 있어서다. 1년전 달러당 135엔이었던 엔화가치는 이날 155엔으로 15%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차들이 수출시장에서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긴다.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그만큼 일본차의 수익성이 높아진다.실제 일본차 회사들은 미국 판매 가격을 낮추지 않고,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늘리지 않았다. 덕분에 엔저에 따른 환차익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이날 발표된 도요타의 지난 1~3월 영업이익은 1조1126억엔(약 9조7804억원)으로, 같은 기간 현대차 영업이익(6조9831억원)보다 40% 많았다. 향후 인센티브를 늘리는 식으로 판매가격을 낮추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회사들은 현재 판매가로도 충분히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공격적인 마케팅 대신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언젠가 두둑해진 주머니를 풀면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기아는 일단 일본이 휘어잡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짰다. 오는 4분기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에 하이브리드카도 만들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를 전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올 들어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모델을 새로 내놓은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선 시장에 맞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넷 등을 추가로 투입하고, 내년 출시 예정인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도 출시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