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꺼려 해"…'여친 살해' 의대생 학교생활 증언 쏟아졌다

학내서 겉돌았던 '여친 살해' 의대생
"족보 대충 쓰고 실습 때 민폐"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 남성은 헤어지잔 말에 격분해 살인을 저질렀다. 수능만점자로 서울 유명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평소 대학 학우 사이에서 겉돌며 적응을 제대로 못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6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A씨(25)는 피해자 B씨(25)의 목 부위 경동맥을 찌르는 등 계획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A씨는 사건 발생 당일 경기 화성 동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매한 뒤 건물 옥상으로 B씨를 불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A씨가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 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인 것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수능 만점을 받게 된 비법 등이 여러 루트로 홍보됐다.

이후 A씨가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했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A씨와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C씨는 “가해자가 족보를 성의있게 작성하지 않아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족보란 의대생들이 시험을 준비할 때 여럿이서 범위를 나눈 후 수업내용을 정리해 공유하는 ‘정리노트’다.이날 A씨가 재학 중인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그가 학내 평판이 좋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인이 의예과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가해자가 병원 실습을 돌 당시 자주 민폐를 끼쳤다”며 “행실이 나빠 주변에서 꺼려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피해자 신상까지 온라인상에 함께 퍼져나가면서 유족이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B씨의 친언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동생이 억울하게 A씨에게 살해당했다”고 했다. B씨의 언니는 “어느날 동생이 A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는데 갑자기 죽고싶다고 하면서 옥상에서 수차례 뛰어내리려 했다”며 “동생은 착한 마음에 죽으려는 거 막다가 이미 예정되어있던 A의 계획 범죄에 휘말려 수차례 칼에 찔려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 가족은 지금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부디 동생에 관한 억측은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잃을 게 많은 의대생이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생긴 정서적 범죄로 볼 수 있다”며 ”여자친구에 대한 집착과 의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한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범죄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