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으로 공사장 폐수 '콸콸'…기름까지 '둥둥'

마장동 일대 하수관 보수공사 중
폐수저장 튜브서 누출 정황 확인
양수기 부실관리로 경유도 유입
工期 맞추려 무리한 공사가 원인
폐수를 임시로 저장한 튜브(왼쪽)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오염된 청계천 모습. /정희원 기자
지난 6일 오전 1시께 서울 청계천 마장동 구간. 둔치로 다가가자 기름 냄새와 쿰쿰한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쪽에는 가로세로 각각 2m짜리 양수기 여러 대와 커다란 튜브들이 놓여 있었다. 제보자인 주민 A씨는 “며칠 전부터 공사장에서 폐수를 청계천으로 방류하는 것 같은데, 서울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청계천 마장동 일대에서 하수관 보수 공사 중 폐수와 기름이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곳은 청계천이 중랑천으로 합류되기 직전 구간이다. 이날 확인한 결과 바닥은커녕 수면 10㎝ 아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탁하고 역한 기름 냄새가 났다. 현장에 놓인 양수기 아래쪽에 고인 경유가 흘러내리며 청계천 둔치에 꽤 넓은 기름층이 만들어져 있었다.이 일대에선 작년 10월부터 차집관로 보수 공사가 이뤄졌다. 차집관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오수를 모아 공공하수처리장으로 운반하는 하수관이다. 공사 과정에서 빼둔 하수와 양수기에 쓰이는 기름이 청계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하수처리업계 관계자는 “빼둔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공사 업체 탓”이라고 말했다. 차집관을 보수할 땐 해당 구간을 막은 뒤 기존 관에 있는 오수를 튜브에 담는다. 양수기를 통해 정상 가동되는 다른 하수도로 흘려보내 처리하는데,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공사를 진행한 B업체 관계자는 “2일부터 양수기로 튜브 속 물을 빼냈는데 5개 튜브 속 150t의 물을 모두 다른 쪽 하수관으로 돌리려다 보니 사고가 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천 주변 공사가 중단되는 수해 대책 기간이 오는 15일 시작돼 공사를 서두르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얘기다.하수와 기름이 직접 청계천에 흘러 들어가면서 인근 동식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2년 서울시 생태 조사에 따르면 청계천에는 어류 21종, 조류 41종 등 생물 666종이 분포했다. 마침 유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린이 교육 공간인 청계천 생태학교가 있다.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설공단의 부실한 관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공사 마무리 단계인 5일 비가 와 튜브 속 일부 폐수와 비가 섞여 청계천 주변 토양에 고여 있었던 것”이라며 “현장의 폐수와 기름 유출 정황을 확인하고 8일 기름층을 흡착해 걷어내는 조치 등을 취했다”고 해명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