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보다 한술 더 뜬 여심위'…위원들 연임·겸임 제한 안받아

새로운 여론조사 방식 막아
'카르텔 보호' 논란도
박민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은 2016년 위촉된 뒤 만 8년 넘게 일하고 있다. 여심위원 임기는 3년이지만 2022년 3연임을 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서 가능했다. 여심위 관계자는 “규정상 위원들 사이에서만 동의가 이뤄지면 얼마든지 연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심위는 선거관리위원회 산하기관이다. 선거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론조사 방법과 내용부터 표본 추출 방법의 적절성까지 관리한다. 규정에서 벗어난 여론조사업체에는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는 규제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심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보니 별다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심위원장에 오른 이내영 위원장이 지난해 연임해 2026년까지 재직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위원장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던 시절 국회입법조사처장을 맡았다. 입법조사처장은 국회의장, 사무총장 등 국회 내 대표적인 정무직으로 이 위원장 역시 정치권에선 민주당 측 인사로 분류된다.

민간 업체를 규율하면서 겸직 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여심위원들은 여론조사업체에 자문 업무를 해주고 보수를 받거나 고문직을 맡는 사례도 있다. 여심위 측은 “특정 여론조사업체에 자문한 위원은 해당 업체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심의 때 제척하는 방식으로 객관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런 주장은 규제기관으로서 엄정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규제기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이 특정 대기업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심의에서 제척하더라도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다른 위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심위원들이 전화로 이뤄지는 기존 조사 방식만 고수해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심위는 스마트폰 문자로 이뤄지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 새로운 방식의 여론조사를 사실상 불허하고 있다. 기존 조사업계의 카르텔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달이 지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최근 실시한 것처럼 발표해 여론을 호도해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여심위 측은 이 위원장의 정치 성향과 관련한 지적에 “입법조사처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적용받는 공무원으로 재직 시절 편향성 논란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심위원은 정당의 당원이 아니면서 공정하고 중립성을 갖춘 사람 중에 중앙선관위가 위촉하고 있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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