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로 아파트 산 줄 알았더니…놀라운 통계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2030세대, 실제 영끌 비중 3.8%에 불과
실제로는 부모 찬스·부의 이전이 더 많아
사진=뉴스1
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했다는 '영끌족'이 2030세대에 얼마나 될까요. 집값 상승기에 대출했던 그들은 금리상승기를 무사히 넘겼을까요.

한국부동산원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부동산분석’ 최신호(4월)에 ‘2030세대 영끌에 대한 실증분석’이라는 논문이 발간됐습니다. 집값이 상승했던 시기인 2020~2022년 서울에서 3억원이 넘는 집을 구매한 2030세대 중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 이상을 조달한 영끌 사례는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연구 결과에서 영끌 기준의 대상 범위를 다소 넓혀 DSR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2030세대 영끌 매수자는 14.7%로 늘어납니다. 반대로 더 줄여 DSR 50% 이상으로 축소하면 1.3%로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청년층에서 무리하게 영끌을 통해 집을 산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겁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과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함께 연구한 논문에서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청년 세대의 ‘영끌 담론’이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청년 세대 내 자산격차와 부모 찬스와 같은 세대간 부의 이전이라는 현실이 '영끌'에 가려졌다는 겁니다.

실제 같은 기간 2030세대 주택 구입자 중에 빚이 전혀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1억5000만원 이상 받은 경우는 영끌 족과 비교해 각각 2.8배, 5.1배나 많았습니다. 즉 영끌 족(DSR 40% 이상)이 전체의 3.8%에 그친데 반해, 가족으로부터 1억5000만원 이상 지원받은 매수자는 19.7%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차입금이 없는 비중도 무려 10.9%로 나타났습니다.당시에는 청년층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조달해 주택을 구입했다는 보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영끌의 정의와 조건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2030세대의 주택구입 행위 자체를 영끌로 정의하는 경향까지 있었습니다. 심지어 소득과 자산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계층까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청년층의 주거정책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모든 시기의 주택가격은 높습니다. 왜냐하면 가격은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부머가 주택을 매입할 당시에도 주택가격은 높았고 주택 매수자들은 당연히 영끌을 했습니다. 영끌이 특정 세대나 시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지금은 영끌을 걱정할 때 보다는 부모찬스로 인해 발생할 자산이전과 이것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이전인 증여거래는 어떨까요.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증여거래가 아파트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 증여거래 건수가 과거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전체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고 있습니다.
2011년 전체 거래에서 증여거래 비율은 2.94%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3.68%를 거쳐 2023년 5.37%로 늘었습니다. 2024년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는 중입니다. 1~3월간 아파트 전체 거래는 18만8000건인데 이중 증여거래는 1만1000건으로 증여거래는 5.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증여 신고를 하지 않고 저가거래나 부담부증여 등과 같이 깜깜이 증여를 하는 경우까지 합한다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3월에 레드핀(Redfin)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중 3분의 1 이상이 '부모나 가족이 증여의 형태로 계약금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 수치는 5년 전보다 두 배나 증가했습니다. 2019년 계약금(downpayment) 조달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비율이 18%였습니다만, 2023년 조사에서는 23%로 늘었고 2024년에는 30%를 넘었습니다. 펜데믹 이후 집값은 거의 40%나 상승했으며 작년에만 7% 상승했습니다. 모기지 금리 또한 급등해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청년들마저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부모의 재산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수저계급론'에서 '론'이 대출을 뜻하는 발음의 '론(loan)'이 돼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를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도움이 없어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젊은 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제라도 영끌이라는 과장된 담론에서 벗어나 세대간 부의 이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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