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포장비는 별도요"…숨어있는 수수료에 소비자들 '분노'

사진=게티이미지
서비스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청구하는 사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 세분화 전략으로 '숨어있는 수수료'가 다양해짐에 따라 표시된 가격과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의 격차가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소매업계 분석가들을 인용해 "신용카드 사용 시 3%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연료 비용을 따로 청구하는 등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제품 및 서비스 비용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서트 티켓 요금부터 식당 외식 비용까지 모든 청구서에 숨어있는 서프라이즈 수수료의 폭과 항목이 모두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영국 록밴드 더 큐어는 티켓 판매유통사 티켓마스터 측에 수수료 일부를 관객들에게 환불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마스터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주장에서다. 미국 가수 매기 로저스가 공연 도중 팬들에게 "다음부터는 1960년대처럼 매표소에서 직접 공연표를 사서 수수료를 피하라"고 권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르면 이달 중 티켓마스터와 모회사인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주는 자신들의 비용을 충당하는 것과 동시에 고객에게 비용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부수적인 수수료가 사람들의 쇼핑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한다. CFPB 데이터에 따르면 사업체는 수수료라는 별도의 항목을 통하면 시장에서 허용되는 가격보다 더 많은 비용을 비교적 쉽게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FPB 대변인은 "사람들은 수수료를 기준으로 쇼핑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표시된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쇼핑한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단속은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인들이 신용카드, 음식 배달, 은행 초과 현금인출, 이벤트 티켓 등에서 불필요하게 지불하는 수수료를 이른바 '정크 수수료'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이 매년 900억달러 이상의 정크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추정했다.지난달 미 연방의회에는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과도하고 숨겨져 있고 불필요한 수수료를 제한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Hidden Fee Act)이 발의됐다. 뉴욕주, 일리노이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도 유사한 법안들이 잇달아 통과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기존의 숨겨진 수수료 금지 대상 업종 목록에 최근 레스토랑을 추가했고, 미네소타주에서는 티켓 판매사가 기본 가격에 추가되는 모든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암표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효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