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존폐 불투명…건보 청구액 선지급 등 지원 시급"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 정부에 특단 지원 대책 요구
전공의들의 집단병원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에 빠진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부에 특단의 지원책을 요구했다. 9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은 "현재 상황은 상급종합병원의 존폐가 불투명한 위기 상황으로 환자로 보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단계"라며 "건강보험 청구액 선지급, 학교법인 기채 승인 등 특단의 정부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의 필수의료 위기는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의 위기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단기 계획을 포함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현재 정부는 수련병원에 당직비를 포함한 인건비 일부와 군의관·공중보건의 파견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로 병원의 누적 적자가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실체를 정밀히 분석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전문가와도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학계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화의 장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이 대표적인 상급종합병원이다. 일부 '빅5' 병원은 그간 하루에 1만명에 가까운 외래 진료를 보는 등 많은 수의 환자를 소화해왔지만, 지난 2월 20일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환자 수가 대폭 줄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외래환자가 20%, 수술이 절반가량으로 감소하면서 하루에 10억 중반 규모의 적자를 계속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경희의료원장은 지난달 30일 교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적자 발생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면서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당장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