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8번, 어른거리는 '불멸의 연인'의 그림자

[arte] 임성우의 클래식을 변호하다

베토벤 교향곡 제8번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 F장조는 1812년 여름에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하여 약 4개월의 짧은 시간 내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짧은 곡이지만, 베토벤이 (직전에 작곡된 7번 교향곡보다 인기가 없다는 말에 대하여 이 교향곡이 7번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이기에 그럴 거라고 답할 정도로) 각별히 아꼈던 작품입니다.

느린 악장이 없고 또 전체 교향곡 전반에 걸쳐 활력이 넘치는 곡이라는 점에서는 앞서 작곡된 7번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8번 교향곡에 담긴 음악적 정서는 7번과는 확연히 그 결이 다릅니다. 즉, 8번 교향곡은 1악장부터 특이하게 3박자 리듬의 춤곡으로 시작하여 끝도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게 마무리되는 데다가, 이어지는 알레그레토의 2악장 역시 (7번 알레그레토의 심각한 분위기와는 달리) 매우 유머러스한 행진곡 풍으로 구성되어 있고, 3악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미뉴엣을 도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4악장은 그 속에 들뜬 감정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근육질적이고 다소 광포하기까지 한 7번의 마지막 악장과는 그 분위기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7번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8번 교향곡은 정상의 9번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험산 준령의 산행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꽃과도 같이 섬세하고 화사한 느낌으로 충만한데, 베토벤이 갑작스럽게 이런 느낌의 교향곡을 작곡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요?
이 교향곡의 특별한 음악적 분위기는 당시 보헤미아의 휴향지 테플리체에서 요양을 하던 베토벤이 가졌던 일시적인 안락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바로 이 시기가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과 재회를 하였다는 시점과 겹친다는 점을 특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베토벤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헌정되지 않았는데, 작품의 공식 헌정에 따라 예상되는 유무형의 보상이나 대가도 마다하고 자신이 그렇게 아끼는 이 작품을 그 누구에게도 헌정하지 않은 채 남겨두었다는 것 또한 뭔가 그 배경에 은밀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 교향곡의 본격적인 작곡에 착수할 무렵인 1812년 여름 경에 베토벤이 만난 연인이 누구인지 그 어느 누구도 100%의 확신으로 말 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아래에서 설명 드리는 것과 같이, 8번 교향곡이 헝가리 음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이면에 불멸의 연인의 유력한 후보인 헝가리의 유명한 브룬스빅 가문의 딸 요제피네의 짙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요제피네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칼럼] 베토벤의 뮤즈는 누구? '불멸의 연인'을 다시 생각하다

아시다시피 불멸의 연인의 유력한 후보인 요제피네는 헝가리의 브룬스빅 가문의 딸인데, 브룬스빅 가문의 경우 요제피네 이외에 언니 테레제도 베토벤으로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제자였고, 베토벤으로부터 월광 소나타를 헌정받은 귀차르디도 그들과 사촌관계였습니다.이런 연유로 인해 베토벤은 (현재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Martonvásár에 위치한) 브룬스빅 가문의 성으로 자주 초대되어 놀러 갔던 것으로 전해지며, 오늘날까지도 브룬스빅의 성 주변에는 베토벤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습니다.
Beethoven’s statue in the garden of the Brunsvik Castle
그런데, 흥미롭게도 8번 교향곡에는 요제피네의 모국인 헝가리의 음악이 곳곳에서 흔적으로 남아 있는데, 단적으로 제2악장의 음악적 동기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종래에는 2악장의 음악적 동기는 (쉰들러의 말에 기초하여) 베토벤이 멜첼의 메트로놈의 소리를 흉내내어 작곡한 캐논 "Ta ta ta... Lieber Maelzel (WoO 162)"에서 차용한 것으로 흔히 알려져 왔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밝혀졌고 이 캐논(WoO 162) 자체가 베토벤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오히려 유력하게 되었습니다.[ WoO 162 ]


사실 이 교향곡의 2악장의 핵심 동기는 (근거가 박약한 쉰들러의 설명과는 달리) 헝가리의 민족 영웅 라코치를 기리는 노래에서 기인한 아래 행진곡에 기반한 것으로, 이는 당시 헝가리의 국가와 유사한 정도의 의미를 가진 행진곡이었습니다. 이 헝가리 행진곡은 베를리오즈의 작품 '파우스트의 겁벌'에도 차용되었고, 나중에 헝가리 작곡가인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제15번에도 채택이 되었습니다.

[ Rákóczi March ]


[ 베를리오즈 헝가리 행진곡 ]


[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제15번 ]


이 교향곡과 헝가리 음악의 관련성은 2악장 뿐만 아니라 4악장에서도 드러나는데, 4악장의 핵심 동기가 2악장의 헝가리 행진곡 동기의 연장 선상이라는 점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4악장의 아래 부분에서는 아예 헝가리의 국가의 일부 선율이 차용되고 있습니다.

[ 헝가리 국가 ]


아무튼 이런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1812년에 작곡된 베토벤의 8번 교향곡은 불멸의 연인의 유력한 후보인 헝가리 브룬스빅 가문의 딸 요제피네와의 재회와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닐 듯합니다.

이하에서는 이 교향곡의 각 악장별로 음악적 구성과 설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베토벤이 이 곡에 담고자 하였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한 번 추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악장 - 알레그로 비바체 에 콘 브리오

1악장은 특이하게도 3/4박자의 춤곡 리듬을 기반으로 하는데, 갑자기 어떤 일이 확 닥치듯이 (또는 막을 확 걷어올리듯이) 바이올린이 아래와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제1주제를 f로 연주하면서 시작됩니다(첫 네마디 : 그 중 첫 두 마디에 걸친 동기는 1악장 전반의 음악적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 동기에 해당합니다). 아래 첼리비다케의 연주는 처음부터 크게 울리는 팀파니의 타이밍을 살짝 먼저 가져가는데, 이로 인해 곡의 시작은 더욱 극적으로 들립니다.
[ 첼리비다케 ]


이어서 클라리넷이 이 주제를 받아 살짝 p로 우아하게(dolce) 변주를 시작하고(아래 악보의 파란색 밑줄 부분), 다시 바이올린이 이를 받아 마무리합니다(아래 악보의 빨간색 밑줄 부분).
틸레만의 경우 이 마무리 부분(위의 빨간색 밑줄 부분)의 바이올린에 악보에도 없는 루바토를 걸어 강조하는데, 이는 아마도 푸르트뱅글러의 연주를 모방한 듯합니다.

[ 틸레만 ]


그 후 제1주제는 (잘게 부서진 내성부 및 저음현들의 활발한 리듬을 배경으로) 아래와 같이 바이올린의 주도로 당김음에 의한 어떤 격한 감정을 담아 노래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배경에서 움직이던 활발한 리듬이 끝에서 sf에 의한 강력한 부점 리듬의 동기를 생산해낸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제1주제의 마무리 부분의 부점 리듬이 다시 스타카토로 반복 하행하는 음형들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바순이 우스꽝스러운 스타카토로 받으면서 제2주제로 넘어갑니다.

특이한 점은 제2주제의 제시 과정인데, 이 제2주제가 처음에는 (소나타 형식에서 통례인) 딸림음이 아닌 다른 조성으로 제시되었다가 곧 원래 형식 대로 딸림음으로 변하면서 제시됩니다. 이처럼 여성적인 제2주제가 처음에는 길에서 살짝 벗어났다가 바로 제자리를 찾는 부분에서는 베토벤이 이를 통해 불멸의 연인에 관한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듯한 느낌도 감지됩니다.
아무튼 (어떤 여유로운 마음을 드러내듯)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제2주제가 제시된 후 분위기는 점점 상행 스타카토의 움직임을 통해 무러익다가 (앞선 제1주제의 끝에서 생산되었던) 남성적인 부점 리듬의 동기와 부드러운 왈츠풍의 동기가 서로 티키타카를 주고 받은 후 마지막에 이르러 (교향곡 5번의 유명한 운명의 동기를 닮은) 동기가 등장하면서 제시부는 마무리됩니다.

그 후 통상적인 소나타 양식에 따라 다시 한 번 더 제시부가 반복되고(연주에 따라서는 제시부 반복을 생략하기도 합니다) 곡은 전개부(발전부)로 넘어갑니다. 전개부(발전부)는 베토벤 치고는 상대적으로는 간결한 편인데, 여기서는 제1주제의 핵심 동기와 (제시부의 끝자락에서 생산된) 운명의 동기를 닮은 동기가 집요하면서도 격하게 고양되어 나갑니다.

전개부(발전부)의 거의 전체에 결쳐 (아마도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가장 길게) ff의 영역에서 집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고양되며 빌드업되던 감정들은 재현부로 연결되면서 그 정점에 이릅니다.

즉, 아래 악보와 같이 바순과 저음현이 제1주제를 (베토벤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다이나믹인) fff로 폭발하는데, 이처럼 폭발적인 재현부를 통해 클라이막스를 구축하는 기법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1악장에서도 그대로 사용됩니다.

이 부분은 전체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fff로 울리기 때문에 음향적으로는 자칫 핵심 주제(아래 파란색 밑줄 부분)의 벅찬 감동에 의한 음향이 그 총주에 파묻혀버릴 우려가 있어서 지휘자에 따라서는 음량 밸런스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팀파니가 네 마디 단위로 첫 음들이 4개의 16분음들로 강렬하게 연주되도록 한 것에서도 이 클라이막스의 감정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아래 악보의 빨간색 원 부분).
그리고 이러한 fff에 의한 1주제의 재현에 곧이어, 제시부에서 당김음에 의해 1주제 부분의 마무리를 담당하였던 격한 감정의 음악적 소재(아래 violin 악보)가 (이번에는 꾸밈음과 함께 더욱 사무치는 감정으로 변화하면서) 노래되는데(아래 총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이 부분이 오히려 곡의 진정한 클라이막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첼리비다케의 연주가 너무나 탁월한데(위 첼리비다케 연주 유튜브 음원 5:23 이하), 아래의 부르고스 역시 꾸밈음을 특색있게 강조하여 처리하는 등 이 부분 연주가 참 인상적입니다.

[ 부르고스 ]


그 후 제2주제의 재현이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처음에는 다른 조로 나타났다가 다시 (원래의 소나타 양식의 원칙에 따라) 으뜸조로 제자리를 잡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는 제시부와 유사하게 힘이 넘치는 부점 리듬의 동기와 부드러운 왈츠풍의 동기가 서로 티키타가를 주고 받은 후 마지막에 이르러 운명의 동기가 등장하면서 재현부는 마무리되고 코다로 넘어갑니다.

코다에서는 운명의 동기를 바순이 이어 받으면서 시작되는데, 이어서 클라리넷의 리드로 제1주제가 등장하여 다시 집요하게 반복되면서 한 번 더 빌드업되고, 마지막 현과 관과 팀파니(트럼펫)이 긴 페르마타의 코드로 3박자 리듬을 강조합니다. 아래는 번스타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마에스트로>에서 번스타인이 이 부분을 리허설하는 장면인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영화 마에스트로 ]


팀파니와 함께 트럼펫의 화려한 울림이 긴 페르마타에 의해 울리면 1악장은 마지막 마무리에 진입합니다. 이 부분은 역시 제1주제의 핵심 동기를 기반으로 p에서 시작하여 단번에 fff에 이르는데, 그 동기가 3박자 춤곡의 리듬에 의한 것임을 상기시키듯 마지막에 짧게 울리는 세번의 코드가 반복적으로 격렬하게 울립니다.

이 3박자 코드는 최종적으로는 (마치 두 연인이 부드럽게 대화하듯이)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논레가토로 부드럽게 변한) 관악기에 의해 서로 부드럽게 주고 받으며 점점 잦아들고 맨 마지막에는 아래와 같은 제1주제의 핵심 동기가 pp로 여리게 울리면서 1악장은 끝을 맺습니다.

2악장 - 스케르찬도 알레그레토

앞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2악장의 핵심 동기는 (흔히 말하는 멜첼의 메트로놈과 관련이 있기보다는) 헝가리 행진곡 선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어지는 다른 음형(제2주제) 또한 이를 기초로 한 발전시킨 것입니다(아래 악보 참조).
2악장은 이 두 주제를 제시한 후 (아주 그대로는 아니지만) 다시 재현하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재현부에서는 1주제가 유동적인 리듬으로 변화하여 나타나는데,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여 곡 이면에서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가운데 <몰다우>의 중간에 나오는 춤곡과도 같은 집시풍의 분위기도 어른거립니다. 그리고 2주제의 재현의 경우, 이 2악장에서도 처음에는 다른 조로 나타났다가 다시 2악장의 으뜸조(B플랫장조)로 제자리를 잡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헝가리 음악의 집시 풍의 분위기는 2악장의 후반부의 코다에 이르러서는 더욱 완연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여유 있는 템포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격렬히 휘몰아치는 이런 형식은 차르다시 또는 과거 헝가리의 징병 음악이기도 했던 베르분코시(Verbunkos)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4악장에서도 확인됩니다.
[ 사발 ]



3악장 - 템포 디 미뉴엣

3악장은 미뉴엣 형식에 의한 곡입니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 설명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미뉴엣이라는 형식은 베토벤에게 있어서 불멸의 연인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베토벤이 요제피네에게 준 '안단테 파보리'도 미뉴엣이고,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걸작 '디아벨리 변주곡'의 마지막 곡이나 그의 마지막 피아노 소품 '바가텔'의 마지막 곡도 모두 미뉴엣입니다.

따라서 베토벤이 이 교향곡에서 갑자기 미뉴엣 악장을 채용한 것은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오래된 하이든 교향곡의 복고풍의 양식을 채용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이 악장은 아래와 같이 미뉴엣의 3박자 리듬이 반복되는 스포르찬도(sf)를 통해 넘실거리는 가운데 시작됩니다.


3박자 미뉴엣 리듬을 배경으로 트럼펫과 팀파니가 상승 음형을 외치면 곧 바이올린이 여리게 이를 받아 주제 선율을 노래하는데, 현과 관이 마치 2중창처럼 서로 따라하는 형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아래 악보의 파란색 및 빨간색 밑줄 부분).
중간의 트리오에서는 말 그대로 두 대의 호른, 클라리넷, 첼로 등이 아름다운 가락을 펼치는데, 이 트리오는 베토벤이 작곡한 음악 가운데 가장 우아하고 사랑스런 선율의 하나입니다. 연주에 따라서는 음향의 투명도를 높이기 위하여 첼로 파트도 솔로가 연주하기도 합니다.

[ 트리오 (오로즈코-에스트라다) ]
[ 트리오 (진만) ]



4악장 - 알레그로 비바체

마지막 4악장 역시 (오랫 동안 보지 못한 연인을 만나 어쩔줄 몰라하며 흥분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듯) 매우 들뜬 분위기입니다. 특히 (2악장의 헝가리 행진곡 동기와 관련이 있는) 제1주제는 아래와 같이 매우 정교한 연속 셋잇단음과 사뿐한 리듬의 음, 그리고 톡톡 튀는 스타카토의 음 등 다양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베토벤이 지시한 메트로놈 속도로 이러한 섬세한 음들(특히 6잇단음)을 정확히 표현해내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입니다(아래 가디너 연주 등).
[ 가디너 (4악장) ]


특이한 것은 제시부에서 부드럽게 제시되었던 이 제1주제에 대해 C샤프 음이 느닷없이 갑자기 ff로 끼어드는데, 이에 대항이라도 하듯이 제1주제도 더 크게 울리면서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섭니다. 이 C샤프음은 4악장의 나중에(재현부 2) 다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그 후 톡톡 튀는 스타카토 음형을 중심으로 전조가 이루어진 후 곧 제2주제가 마치 흥분한 사람을 달래듯이 아래와 같이 부드럽고 우아하게 등장합니다. 이 제2주제는 (1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A플랫장조로 잘못 표현되었다가 곧 C장조로 원래의 자리를 잡는 것이 특이합니다.
그리고는 제1주제를 중심으로 제시부가 재현될 것처럼 하더니 오히려 제1주제를 발전시키며 다채롭게 악상이 전개됩니다(발전부 1).

그 후 다시 제시부의 주제들이 재현되는데, 제2주제는 역시 처음에는 다른 조로 나타났다가 소나타 양식에 따라 으뜸조인 F장조로 제자리를 잡으며 재현됩니다(재현부 1).

그 후 다시 제1주제를 기초로 악상이 전개되는데(발전부 2), 이 부분에서 앞에서 설명드린 헝가리 국가 선율이 등장하여 이를 기초로 발전되다가 바순이 스타카토로 옥타브 음정을 마치 콩닥이는 심장처럼 연주하면서 다시 재현부로 넘어갑니다(재현부 2).

여기서는 제1주제가 처음처럼 약하게 제시되고 다시 낮선 C샤프음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낮선 C샤프음이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집요하게 반복되는데, 이 때 연속 3잇단음을 특징으로 하는 제1주제 음형이 f샤프단조로 잠시 어둡게 변합니다.
그러나 곧 제1주제는 다시 으뜸조로 바뀌고 제2주제 또한 으뜸조인 F장조로 바뀌면서 처음에는 목관에 의해 다음에는 저음현에 의해 부드럽게 울립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오케스트라가 F7 코드로 폭발하면서 코다로 넘어가는데, 코다에서는 으뜸조인 F장조로 (베토벤 9번 교향곡의 2악장처럼 옥타브로 조율된 팀파티의 울림과 함께) 마치 무엇인가를 잡고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으뜸음의 코드가 집요하게 반복되면서 곡은 마무리됩니다.이 교향곡을 쓴 이후 베토벤의 창작 활동은 긴 암흑기에 들어갔으며 그 후 11년이 넘도록 어떤 교향곡도 쓰지 않았습니다.

© 임성우 - 클래식을 변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