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60만평' 새만금 산단에 땅이 없다?…기업들 "부지 늘려달라"

이차전지 기업 몰려들자…산단 3·7·8공구 앞당겨 분양
새만금 기본계획 수정해 산업용지 9.9%서 대폭확대 계획
기업들 '인력 확보' 난제로…주거지 '수변도시' 조성 중
지난 8일 오전, KTX 익산역에서 30분을 달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자 드문드문 들어선 공장 사이로 광활한 간척지가 펼쳐졌다. 곳곳에서 공장 건물의 골조를 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아직은 빈 땅이 대부분인 상황.
그런데 기업들 사이에서는 '땅이 부족하다', '부지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새만금에 이차전지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70여곳이 몰려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새만금개발청은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올해 10월 산단 3·7·8공구를 분양하기로 했다. ◇ 최근 2년간 10조원 투자 몰린 새만금
새만금 산단의 부지 규모는 총 560만평(18.5㎢)이다.

산단 면적의 40%가량을 차지하는 1·2·5·6공구는 85%가 분양됐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자투리땅을 빼고는 모두 분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투자와 공장 증설 움직임이 이어지자 땅을 더 빨리 내어놓기로 했다.

총 9개 공구로 이뤄진 새만금 산단 투자 '러시'는 이차전지 기업이 이끌었다.

새만금 산단 투자기업은 총 77개사, 투자 금액은 14조8천억원인데, 이 중 이차전지 기업 투자액이 9조3천억원(63%)에 이른다. 최근 2년간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몰렸다.

LG화학과 SK온은 중국 기업들과 합작해 각각 1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LG그룹은 1조8천억원을 들여 새만금 산단에 공장을 짓는다.

이차전지 글로벌 기업 룽바이코리아도 1조2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 청장은 "조만간 한 중소기업과 850억원 규모 투자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며, 10대 대기업 1∼2곳과도 투자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과도 1조∼2조원대 투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확장성 높은 부지는 기업들이 꼽는 새만금 산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퓨얼셀은 1천58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새만금 산단 5공구에 공장을 완공했다.

이번에 찾은 두산퓨얼셀 공장에서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양산을 위한 시운전이 한창이었다
새만금 산단에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방원조 두산퓨얼셀 상무는 "공장 부지로 경남 창원, 경기 용인, 전북 익산 등 5곳을 검토했는데, 새만금의 부지 확보가 가장 용이했다"고 말했다.

방 상무는 "새만금 투자를 검토할 시점에는 산단 1·2공구만 조성돼 있고 (다른 기업이 분양받아) 쓸 수 있는 땅이 없었는데, 새만금개발청에서 미완공 상태인 5공구 부지를 50년간 임대받아 쓸 수 있도록 해 공장 건립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혓다.

현재 산단 내에서 28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 중이며, 21개 기업은 착공에 들어갔다.
◇ 새만금 기본계획 새로 짜 산업용지 확보
기업들은 추가 부지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백광산업은 올해 상반기 3천억원을 투자해 두산퓨얼셀 맞은 편 3만평 부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4천500억원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새만금에서 만난 장영수 백광산업 대표는 산단 입주에 따른 세제 등 여러 혜택보다 중요한 대목으로 '다른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주저없이 꼽았다.

그는 "향후 10년 내 새만금 내 100조원 투자유치도 가능하다 본다"며 "눈덩이를 굴리면 점점 커지는 것처럼 투자 유치를 키워가려면 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은 부지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만금개발청은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 현재 새만금 전체 부지에서 9.9%를 차지하는 산업용지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새만금의 토지 용도는 농업 30.9%, 환경생태 20.3%, 산업 9.9%, 관광·레저 6.2%, 주거 4.2%, 상업 1.5%로 지정돼 있다.

도로 등을 제외하면 실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은 새만금 전체의 4.5%에 불과하다는 게 새만금개발청의 설명이다.

새만금청은 올해 말까지 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한 뒤 내년 중 확정할 예정이다.
◇ '인력 확보' 시급…"전북 내 채용으론 역부족"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력·용수의 적기 공급도 중요하다.

기업 수요가 커지자 새만금청은 우선 2028년으로 예정했던 전력 공급망 완성 시기를 2026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세계적 흐름인 RE100(재생에너지 100%)과 CF100(무탄소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수상 태양광 발전도 추진한다.

현재 새만금에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수출을 내다보고 있어 RE100 대응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김 청장은 "1단계 수상 태양광은 가야 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새만금을 RE100과 CF100 단지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당면한 난제는 '인력 확보'다.

두산퓨얼셀 공장에는 현재 100명이 일하고 있지만, 내년에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인력을 200여명으로 늘려야 한다.

방 상무는 "인력 수급은 새만금 내 어떤 기업이든 고민인 지점일 것"이라며 "현재 인력은 인근 익산 공장에서 충원해 새만금으로 넘어 왔지만, 내년엔 새만금 공장에서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전북 내 고등학교·대학교와 협약을 체결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으나, 새만금 내 입주 기업 규모가 커지면 전북 내 인력으론 역부족인 상황을 맞는다.

새만금 투자기업인 에코앤드림의 김민용 대표는 "현재 공장 증설 진도율이 30%를 넘어 내년 상반기에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사람 뽑기가 너무 어려워 새만금청에서 구인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새만금 내 기업에서는 현재 1천30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향후 직접 고용 1만명, 간접 고용 13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군산, 전주, 익산에서 새만금까지 근로자를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 7개 운행이 시작됐다.

새만금개발청은 통근버스 운행 노선을 점차 확장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새만금 내 주거지역인 '수변도시'에서 근로자들이 정착하도록 이끈다.

총면적 200만평(6.6㎢)인 수변도시 매립 공사는 지난해 6월 끝이 났다.

내년 7월까지는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인 수변도시 1공구 82만평(6.6㎢) 땅을 단단하게 다지고 도로, 상하수도, 전기·통신 등 도시 기반을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수변도시 중간에는 30m 수로를 둬 유람선, 요트 등이 오갈 수 있도록 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수변도시 1공구 부지를 건설사에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입주는 2028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