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증권거래소' 나온다…"투자자가 유리한 쪽 선택"

대체거래소 출범 세미나
70년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 깨진다
어느 쪽으로 주문할지는 투자자 선택이 우선
별도지시 없으면 증권사가 기준따라 판단해야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내년 상반기부터는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거래소를 선택해 매수·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게 된다. 주식 매매·중개 기능을 갖춘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 업체 넥스트레이드가 이르면 내년 3월 출범할 예정이라서다. ATS가 본격 도입되면 1956년부터 70여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거래소(KRX)의 증권 거래 독점 체제가 깨진다.

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넥스트레이드 등 유관기관은 서울 여의도동 금투협에서 ATS 운영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넥스트레이드는 금투협과 주요 증권사 등 출자기관 34곳이 모여 2022년 11월 세운 ATS 준비법인이다. 작년 7월 예비인가를 받아 대체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정규거래소 24개, ATS 65개가 있다. 일본은 정규거래소 1개, ATS 3개를 운영한다. 미국의 경우 국내 기준으로 주간에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도 ATS를 통하기 때문이다. 정규거래소가 닫힌 시간에도 ATS가 거래를 지원한다는 얘기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 제정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가 두 개 생길 예정임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별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진 까닭에서다. 기존에도 자본시장법에 최선집행의무가 반영돼 있지만, 그간엔 한국거래소 단일 시장으로 운영돼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았다.

당국은 증권사에 '최선집행의무'를 본격적으로 적용한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문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해 사전에 기준을 마련해 알리고, 그 기준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선택해 주문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이 올 상반기 중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확정·제시할 계획이다. 증권사는 이에 따라 관련 기준과 증권사 주문 자동집행 전산시스템(스마트 주문경로 시스템·SOR)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최선집행기준은 투자자가 직접 주문을 집행할 시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투자자 지시 우선 원칙을 적용한다. 투자자가 시장을 선택했다면 증권사의 최선집행 세부 기준과 다른 선택지라도 지시 내용에 따라 주문을 체결하게 된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문을 특정 시장에만 집중되도록 유도해선 안된다.

투자자가 별도로 시장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증권사가 두 거래소(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통합 호가를 기준으로 투자자에 보다 유리한 선택지를 찾아 주문을 집행해야 한다. 시장가주문이나 이미 제출된 호가로 즉시 체결되는 기존물량체결주문의 경우엔 가격, 수량, 거래비용 등을 따져 매수 비용이나 매도 대가가 좀더 유리한 쪽을 택해야 한다.

즉시 체결되지 않고 호가를 제출해 체결을 대기해야 하는 신규물량조성주문에 대해선 호가 잔량·스프레드 등을 고려해 체결 가능성이 보다 높은 시장에 주문을 제출하면 된다. 대량주문을 집행할 때에는 개별 주식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 암묵적 비용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