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3분 즉문즉답한 윤 대통령, 이런 소통 자리 자주 마련해야

1년9개월 만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은 없었다. 이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경청하는 정부’로 기조를 변화하겠다는 소통 의지에선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올해 KBS 신년대담과 비교해 국민과 언론, 야당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달랐고, 기자들과 즉문즉답에만 73분에 걸친 긴 시간을 소화했다.

거의 모든 현안이 망라됐고 민감한 질문도 윤 대통령은 피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선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KBS와의 대담에서 사과 표명 없이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넘어간 것보다 좀 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여사 특검에 대해선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치열하게 수사를 했고, 또 하자는 것은 정치 공세”라며 반대했다.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채 상병 특검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찰과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할 때는 제가 앞장서서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이런 약속을 한 만큼 경찰과 공수처는 엄정한 수사로 답해야 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달리 연금개혁, 증시 밸류업, 반도체 지원 등 현안을 두고 국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 것도 두드러졌다. 어떤 정치인도 만남에 선을 긋지 않고 열어놓겠다고 했다. 진영논리로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언급대로 하루아침에 협치 분위기로 바뀌긴 힘들 것이다. 모두 끈질긴 인내심을 갖고 한 발짝씩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저부터 바뀌겠다, 더 귀를 기울이고 어떠한 질책도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런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국정 기조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서 국민의 어려움을 어루만져야 한다. 국정엔 복습이 없다.